금융권의 지방이전 반대 목소리가 금융공공기관을 넘어 협동조합과 국책은행까지 번지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25일 국무회의에서 일부 행정기관의 지방이전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관련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금융권 안팎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지자 정부가 추가 의견 수렴과 검토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열린 제37회 국무회의 안건에는 행정기관 지방이전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세종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금융당국의 지방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아직 금융권의 긴장이 해소된 거은 아닙니다. 이날 국무회의에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지방이전 논의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는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은 물론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해 "준비 과정에 있다"며 공론화 절차를 거쳐 10~11월께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기관별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은 채 이전 계획을 확정하기에는 금융권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금융권의 공동 대응은 갈수록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날 금감원과 예보 노조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지방이전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이 높은 기관까지 획일적인 기준으로 이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소속 농협중앙회·교직원공제회·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 노조도 이날 일방적인 지방이전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기관마다 설립 목적과 업무 기능, 재원 구조가 다른 만큼 이전 여부 역시 개별 기관의 특성을 따져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국책은행 노조가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방이전이 강행될 경우 다음 달 4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금융노조는 43개 지부 조합원 1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6%의 찬성을 얻었습니다.
금융당국 역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지방이전 추진설과 관련해 "확정됐거나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추진하면서도 금융기관의 업무 특수성과 시장 경쟁력 저하 우려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방이전 논의가 금융권 전반의 집단 반발로 번지면서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이기보다 한 차례 더 숙고하는 모습입니다.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이전 대상과 기준을 둘러싼 금융권과 정부 간 신경전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조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예보기구 및 감독기구의 일방적 지방이전 반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현장에 등장한 피켓.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