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IT 부문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 이어, 잔류 인력을 대상으로 타 부서 배치를 추진하며 IT 조직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라이나생명과 자회사 라이나원(GA)의 희망퇴직 신청자와 부서 이동 대상자를 합하면 전체 IT 인력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노동조합은 정규직 인력을 내보낸 자리를 외주 인력으로 채우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앞서 라이나생명은 IT부문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에게 타 업무 전환 기회를 제공하고,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48개월 치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력 감축 과정에서 나름의 배려를 갖춘 조치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조는 희망퇴직 미신청자를 대상으로 추가 면담을 진행하면서 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IT부문 인력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라이나생명 대주주인 미국 처브(Chubb)그룹의 조직 효율화 방침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처브그룹은 지난해 말 디지털 전환을 명목으로 향후 3~4년 내 전체 인력의 최대 20%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라이나생명과 라이나원 IT 직원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처브그룹 방침에 따라 인력을 줄이고 공백을 외주화로 메우는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노조는 인력 감축과 외주화를 뒷받침할 경영상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발하는 입장입니다. 라이나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 5113억원에서 지난해 3564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빅3' 생보사인 한화생명의 별도 기준 순이익을 웃도는 실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급여력비율(K-ICS) 역시 지난해 말 기준 343%로 업계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실적 감소세 속에서도 미국 본사를 향한 배당은 상승했습니다. 2023년 23% 수준이던 배당성향은 지난해 62%까지 치솟았으며 배당금 규모만 2200억 원에 달했습니다.
노조는 현재 희망퇴직을 명분으로 한 추가 구조조정 중단과 IT 외주화 철회, 고용 안정을 전제로 한 조직 운영 방안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지만 사측 입장과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본사에는 순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하면서 국내에서는 정규직 인력을 축소하는 것인 만큼 내부 구성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라이나 IT 부문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최근 노조가 사무금융노조와 연대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면서 향방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사진=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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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