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광주 광산구 신가동 재개발조합과 삼성물산의 협상 소식을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왜 하필 지금 광주일까"였습니다.
삼성물산이 광주에서 아파트를 지은 마지막 기록은 1997년 월계동 '첨단삼성'입니다. 그 이후 약 30년 동안 삼성물산에게 광주는 굳이 힘을 쏟을 이유가 없는 시장이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이 오랜 공백이 하필 삼성전자가 광주를 반도체 신규 거점으로 낙점한 시점에 깨지려 하고 있습니다.
29일 현재 업계 안팎의 시선은 크게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하나는 '우연'이라는 쪽입니다. 신가동은 이미 2011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15년을 끌어온 사업이고, 기존 시공사와의 공사비·분양가 갈등으로 3년 가까이 표류하기도 했습니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이유가 충분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삼성 전 그룹의 기조'라는 쪽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보고회에서 광주를 신규 반도체 팹 후보지로 공식화하고 425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는데, 그로부터 한 달도 안되서 물산의 광주 입성 소식이 전했습니다.
그룹 전체가 광주를 변방에서 '핵심'으로 다시 그리고 있는 가운데 건설 계열사인 삼성물산이 지역 내 대표 재개발 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을 단순 우연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작입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실제로 조성되면 뒤따르는 것은 결국 인력과 주거 수요인 만큼, 브랜드 아파트 하나를 지역에 심어두는 일이 장기적으로는 그 지역에 대한 그룹 차원 베팅을 상징하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신가동의 기존 시공사였던 빛고을사업단(DL이앤씨·롯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한양)은 공사비 갈등 끝에 사실상 자리를 내줄 처지에 놓였습니다. 삼성이라는 이름값이 협상 테이블의 무게중심을 통째로 옮겨놓은 셈입니다. 대기업의 지방 진출이 반가운 소식이면서도, 동시에 지역 건설 생태계의 힘의 균형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관건은 결국 조합원들의 판단입니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그동안 쌓인 피로감을 상쇄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공사비 협상에서 또 한 번 발목이 잡힐지는 12월 총회를 전후해 드러날 전망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번 신가동 건의 결과와 무관하게, '삼성이 다시 보는 광주'라는 흐름 자체는 앞으로 지역 정비시장을 읽는 하나의 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