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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폭력
입력 : 2025-09-19 오후 2:52:45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타인의 삶이 자신의 삶과 다르다는 걸 깨달아가는 것이, 그리고 그 상황을 수긍하고 몸을 맞추는 것이 성장이라고 믿었다. 때때로 타인의 삶을 인정하는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천선란 작가의 소설 『천 개의 파랑』 속 내용의 일부입니다. 이 문장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갈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구나 성장하기 위해선 나와 다른 것을 수용하고, 내 자신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다른 가치와 마주할 때, 우리는 불편과 저항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오늘날 유통업계의 경쟁 속에서도 그 장면은 반복됩니다. 가까운 예시로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 간 경쟁은 단순한 시장 다툼을 넘어 이해관계의 충돌을 드러냅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계산만이 아닌 점주와 노동자의 삶, 사회의 안정, 소비자의 편의가 얽혀 있어섭니다. 투자자와 경영진이 보는 성장 곡선 뒤에는 흔들리는 삶이 존재하는 겁니다. 
 
홈플러스 사태를 들여다봐도 그렇습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대형마트가 사모펀드에 팔리고 조각나는 과정에서 노동자는 직장을, 주민들은 편의를 잃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대주주와 홈플러스는 복잡한 이해관계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그 무게는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최근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관악구의 한 피자 가맹점주의 칼부림 사건은 본사가 강요한 인테리어 교체, 신메뉴 출시 압박, 비용 전가 등 끊임없는 ‘갑질’ 구조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가맹점주의 범행은 천인공노할 일이지만 우리는 왜인지 모르게 그의 삶의 무게가 짐작이 되기도 합니다. 
 
수 많은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어쩌면 결론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불편하더라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일일지 모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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