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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수의 로컬비즈니스)현장이 묻는다: F&B 생존 전략, 정책은 응답하고 있는가
F&B 중소기업 생존 전략 시리즈⑧
입력 : 2025-08-18 오전 10:52:26
 
장준수 비지니스컨설턴트. (관광학 박사)
 
위기는 통계보다 먼저 찾아온다
 
F&B 산업의 위기는 통계보다 먼저 찾아옵니다. 고객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매출이 이전보다 떨어지며, 예전에는 쉽게 구했던 재료 가격이 폭등하거나 채용 공고에 지원이 끊기는 순간 현장의 운영자는 이미 위기를 직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긴급 신호에 정책이 즉각 반응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정부는 매년 K-푸드 수출 확대’, ‘소상공인 디지털화’, ‘관광 활성화’ 등 다양한 외식·식품 관련 정책을 발표합니다. 보도자료 속에서는 산업의 밝은 미래가 열리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 정책을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행정 편의에 맞춰 설계된 지원사업, 접근 장벽이 높은 절차, 현장과 맞지 않는 선정 기준이 정책을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도구’로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경쟁이 일상이 된 오늘날에도, 많은 정책은 여전히 ‘전통 시장 육성’이나 ‘행사성 먹거리 축제’에 머물러 있습니다. 
 
민간은 가속, 정책은 제자리
 
데이터는 민간과 정책의 속도 차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2023년 국내 외식업 디지털 전환율은 68%에 달합니다(한국외식산업연구원, 2024.3). 인스타그램 ‘#KFood’ 해시태그 노출 건수는 2019년 420만건에서 2023년 1053만건으로 약 2.5배 증가했습니다(Statista, 2023). 미국 내 한식당 수는 2024년에만 10% 늘었고, 고추장 등 코리안 소스 수입량은 최근 2년간 최대 80% 증가했습니다(USDA, 2024). 민간은 디지털·글로벌 확장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반면 정책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4년 외식업 관련 정부 예산 1조2500억원 중 71%가 내수·전통시장 중심 사업에 배정됐습니다(중소벤처기업부, 2024 예산서). 디지털 전환 지원사업의 83%는 장비·시설 등 하드웨어 보조에 집중돼 있고, 소프트웨어·데이터 활용 지원은 17%에 불과합니다. 해외 진출 직접 지원 사업은 전체의 9% 수준에 머무릅니다. 
 
현장은 POS 데이터 분석을 통해 메뉴를 바꾸고, SNS로 해외 소비자와 직거래하며,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매장을 실험합니다. 그러나 정책은 여전히 홈페이지 제작 지원, 전통시장 홍보, 단기 행사 지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책이 현장의 언어(데이터, 글로벌, 속도)를 이해하지 못하면, 중소 F&B 기업은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자원은 낭비되고, 생존율은 떨어집니다. 
 
정책이 설계될 때 시장은 달라진다
 
정책이 단기적인 지원이 아닌 산업의 구조 자체를 재설계할 때, 시장에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싱가포르는 전체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자국 영양소 요구량의 30%를 현지 생산으로 충당하겠다는 ‘30 by 30’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이를 위해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도시 구조 속에서 수경재배·고밀도 스마트팜·도시농업 클러스터를 아우르는 종합 지원 체계를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에는 계란 현지 생산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스마트팜의 에너지 효율 및 생산 능력 향상을 위해 약 2300만달러 규모의 ACT 펀드를 집행했습니다. 
 
캐나다 역시 2019년 '캐나다 식품정책(Food Policy for Canada)'라는 통합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건강, 환경,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아우르는 정책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혁신 가속기(Innovation Booster)’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 응용과 시장 진입 속도를 높였고, 2025년 까지 F&B 수출을 600억달러로 확대하기 위해 S-CAP 프로그램 등 구조적 지원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책이 변화 속도에 발맞추고 산업 구조 자체를 재설계할 때, 시장에 실질적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제 정책은 지원이 아니라 전략이어야 한다
 
한국의 정책도 단순한 ‘지원’에서 산업을 설계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매출 구조, 고객 행동, SNS 반응 등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할 KPI를 설정해야 합니다. 내수와 수출을 분리하지 않고, 디지털 역량 강화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단기 보조금이 아니라 산업 구조 개선과 공급망 혁신을 목표로 한 중장기 계획이 설계돼야 합니다. 
 
F&B 산업은 단순한 자영업이 아닙니다. 관광, 콘텐츠, 수출,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복합 산업입니다.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소상공인’이라는 행정 분류의 하위 항목에 머물러 있습니다. 자본력과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입니다. 정책이 변화 속도에 맞추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민간이 감당하게 됩니다. 
 
정책은 지원이 아니라 전략이어야 합니다. 전략 없는 시장은 생존할 수 없고, 정책 없는 전략은 현실이 될 수 없습니다. 
 
장준수 비지니스컨설턴트 jasonjang0056@gmail.com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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