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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마산어시장
입력 : 2025-05-26 오후 9:48:26
창원 마산어시장 초입, 생선 냄새가 스민 골목엔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됐는데도 손님 발길이 드물었습니다. 새벽엔 활기를 띠었을 직판장은 나무 팔레트만 켜켜이 쌓여있었고, 건어물 가게에서는 파리를 쫓는 상인들이 한둘 앉아 있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시간에도 사람이 꽤 있었죠. 지금은 늙은 사람만 다녀요." 30년째 생선가게를 지켰다는 임씨 아주머니는 손님이 아니라 기자라는 걸 밝히자,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마산 토박이라던 아주머니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 사리사욕 안 챙기는 사람이어야죠. 지금처럼은 안 돼요. 너무 힘들어요"라며 넌지시 정권 교체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옆 가게 어민 이상근씨는 "대통령 어떤 분..."이라고 입을 떼자마자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창원에 남은 건 두산 에너빌리티 하나뿐"이라며 "대기업이 다 빠져나가니 밴더도, 장사도 죽죠. 기업이 살아야 시장도 사는 건데, 이젠 다 망가졌어요"라고 토로했습니다. 
 
투표도 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이재명이고 국민의힘이고 다 똑같애. 이번엔 아예 안 찍으려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정치인들에게 더는 기대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항구에서 어시장 사이에는 '임대'가 붙은 공실이 즐비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상인회 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전화는 착신 차단 상태였습니다. 어민들은 "그나마 새벽에 사람이 많다"면서도 옛날만 못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마산어시장은 경남 최대 어시장입니다. 한때 전국 7대 도시로 불렸던 마산은 2000년대 들어 기업과 사람이 떠나며 그 빛을 잃었습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마산점마저 문을 닫았습니다.
 
마산에서 나고 자란 택시기사 박미숙씨는 "마산은 다 죽었어요. 공장이 김해로 다 빠졌죠. 창원도, 마산도 텅 비었어요"라며 목소리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안 된다"며 "우리는 무조건 2번"이라고 했습니다.
 
어시장과 항구에 머문 한 시간 동안 대선의 왁자지껄함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변화가 올 거란 기대감보단 체념의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취재를 끝내고 부산으로 가기 위해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창원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선 유세차가 연신 영탁의 '찐이야'를 거리에 쏟아냈습니다.
 
지난 14일 저녁에 찾은 창원의 마산어시장 모습. 평일 저녁임을 감안해도 거리가 한산했다.(사진=뉴스토마토)
 
같은 날 창원 시내 상남시장 모습. 마침 장이 서서 사람이 붐빈다.(사진=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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