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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비판에 '지각 공약집'…여도 야도 "알권리 침해"
국민의힘, 사전투표 고작 사흘 앞두고 정책공약집 내놔
입력 : 2025-05-26 오후 5:55:18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사전투표를 불과 사흘 앞두고 국민의힘이 뒤늦게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집을 내놨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약집 발간이 지연되면서, 유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미 재외투표가 공약집 없이 치러진 상황에서 '깜깜이 선거' 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정치권은 조기 대선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유권자에게 충분한 정책 판단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사전투표를 불과 사흘 앞둔 26일 국민의힘이 정책공약집을 발간했다. 사진은 각 가정에 배송된 제21대 대선 선거 공보물.(사진=뉴시스)
 
'공약집 없이' 시행된 재외투표
 
국민의힘이 26일 공약집 '국민과 함께 새롭게 대한민국'을 발간했습니다. 사전투표 단 3일 전입니다. 그나마도 현재까지 공약집을 발간한 유일한 정당입니다.
 
국민의힘은 '미래 성장엔진' 공약을 필두로 정책 과제 9가지와 41개 실천 과제 등 총 307개 세부 공약이 공약집에 들어갔습니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개헌 △규제혁신처 신설, 인공지능(AI) 시대 규제 패러다임 전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규제면제 권한 부여 △부분근로자대표제 △전력 인프라 확충 등이 담겼습니다.
 
신동욱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내일 오후쯤 공약집을 먼저 배포하겠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고 밝혔는데요. 공약집 발간이 늦어짐에 따라 비판 여론이 일자 서둘러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치러진 재외투표가 공약집 없이 마무리돼 공분을 샀습니다. 해외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유권자는 약 25만8200명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24만7077표 차로 윤석열씨가 이재명 후보를 꺾고 당선됐는데요.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수의 유권자가 후보들의 자세한 공약을 한눈에 살펴보지 못한 채 투표에 참여한 것입니다.
 
민주당은 빨라야 오는 27일 공약집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윤호중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이날 "금주 중에 종이형태 공약집이 제공될 예정"이라며 "이전에 PDF 파일(문서파일) 형태의 공약집을 기자분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개혁신당은 별도의 공약집을 발간하지 않는 대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후원 사이트 '펭귄 밥주기'에 공약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청년 표심을 저격한 행보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인 노년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치권은 공약집이 늦어진다는 비판에 '조기 대선'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아주대 학생들과 간담회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내용을 파악해야 하고 분량이 워낙 많다. 주요 공약은 거의 이미 다 발표됐고, 계속할 것"이라며 "일부러 보여드리지 않기 위해 그런 것처럼 누가 지적하는 거 같은데 적반하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근혜씨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19대 대선과 비교해도 늑장 발표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선 22일 전에 공약집을 내놨습니다.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11일 전 공약집을 발표했습니다.
 
각 정당의 정책공약집 발간이 늦어지며 재외선거인은 공보물을 받아보지 못한 채 대통령 선거 투표에 참여했다. 사진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 마련된 제21대 대선 재외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공약집 늦장 발간, 국민 존중 약한 것"
 
공약집 공개는 선거법상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유권자에게 발송되는 선거공보물만 의무사항입니다. 공보물은 공약집과 달리 후보별로 공약을 비교하기에 정보가 빈약합니다. 사전투표가 임박한 시점에서 공약집이 발간되면 후보들의 방대한 공약과 정책들을 살피기에 시간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공약집 늦장 공개는 '국민 알권리 침해'라는 쓴소리까지 나옵니다. 공약집은 지난 2002년 16대 대선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은 "공약집은 후보가 앞으로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쓰는 약정서"라며 "'어떤 정책 비전을 갖고 있나'를 공약집을 통해 봐야 하므로 늦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최소한 내야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공약집 없는 깜깜이 선거가 '정치 퇴행'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각 정당 홈페이지와 투표 안내문에 대강 공약이 담겨있긴 하다"면서도 "국민들 앞에 총론부터 각론까지 완비된 공약집을 대선 전, 적어도 후보 등록할 때쯤 나왔어야 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느낌만으로 투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후보자의 자질, 능력뿐만 아니라 정책들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기회를 뺏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상호 비방 같은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많고, 그런 쪽에 치중하다 보니 국민에게 공약집을 적기에 선보여야 했음에도 불성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활자로 확정된 내용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국민이 빠르게, 충분히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못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의지와 존중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공약 책자 대신 온라인으로만 가름하는 것도 특정 계층에 대한 무시의 결과"라고 짚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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