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씨가 탄핵된 이후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주식 시장은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바로 후보자와 연관됐다고 알려진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입니다. 이번에도 여지 없이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선 후보와 엮인 테마주들 중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에 나서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10일 상지건설은 매매거래가 하루 정지됐습니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후 주가가 2일간 40% 이상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상지건설은 과거 임무영 전 사외이사가 이재명 후보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고 알려지면서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습니다. 임 전 사외이사는 작년 3월 임기만료로 회사를 떠났지만 한 번 묶인 테마주에서 벗어나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일 3165원이던 주가는 2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지난 9일 1만5230원에 마감했습니다.
정치 테마로 주가가 폭등한 가운데 주주우선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지건설 이사회는 지난 2월 주주우선공모 유증으로 200억원 자금 조달을 결정했습니다. 예정 발행가액은 액면가인 5000원입니다. 발행가액 산정을 위해 주가를 계산했지만 액면가보다 낮은 주가에 예정 발행가는 액면가로 설정됐는데요. 최근 급등한 주가가 유지된다면 확정 발행가액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억보다 큰 규모의 자금 조달도 가능하겠네요.
형지글로벌과 형지I&C도 이재명 테마주입니다. 두 기업의 주가도 요동쳤습니다. 2800원이었던 형지글로벌은 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고, 1000원 밑으로 떨어졌던 형지I&C는 3000원선을 뚫어내기까지 했습니다. 양 기업은 과거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무상교복 정책과 맞물려 테마주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도 각각 다른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형지글로벌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205억원을 수혈할 계획입니다. 동시에 무상증자도 단행하는데요. 현재 예정 발행가액은 3420원이지만 급등한 주가가 반영된다면 더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형지I&C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200억원을 모집합니다. 역시 예정 발행가액은 704원이지만 확정 발행가액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치 버블이 유상증자에도 영향을 끼치는 형국입니다. 금융감독원은 과거부터 정치 테마주에 대한 경고음을 꾸준히 내고 있는데요. 금감원은 정치적 이슈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정치 테마주는 선거일이 다가오면 주가가 하락해 주가 상승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과도하게 상승한 가격으로 유증 발행가가 확정된다면 주주들의 고민은 커질 전망입니다.
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