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어머니 생신을 맞아 가족들과 다 함께 외식을 나갔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스페인 식당에서 밥을 먹고 용돈을 넣어드렸습니다. 매년 맞는 생일이지만 이날은 느낌이 달랐습니다. 아마 최근에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감명 깊게 본 영향일 겁니다.
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가 공개되면서 효도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1960년대부터 현대까지 주인공 부부 오애순과 양관식의 일대기를 보여줍니다. 풋풋했던 10대 시절부터 어른이 된 자식을 둔 부모의 모습까지 녹여냈습니다. 직접 경험했던 시대는 아니지만 등장인물들이 보여준 가족 간의 사랑은 시대를 뛰어넘었습니다.
서울에 홀로 상경한 애순의 딸 금명이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많은 지방 출신 대학생, 직장인들이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자식의 전화를 기다리는 부모, 정작 오랜만에 하는 통화임에도 툴툴 거리며 화만 내는 딸. 느닷없이 내려온 딸을 위해 밥을 차리는 엄마와 난로를 가져다 주는 아빠. 드라마를 보며 떠오른 지난 내 일상들이 머릿속을 스쳐 코 끝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주말에 본가를 내려가면 도착 시간에 맞춰 현관 문이 열려있습니다. 엄마는 분주히 저녁을 차려주시고 아빠는 묵묵히 밥을 먹는 아들 옆에 앉아 계십니다. 가끔 시간이 나서 서울로 올라온 엄마는 꼭 혼자 사는 아들 집을 청소하십니다. 냉장고에 먹을 건 있는지, 필요한 생활용품은 없는지를 살피느라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살핍니다.
애순과 관식의 모습이 내 엄마, 아빠에게 겹쳐 보였습니다. 자식을 위해 남김 없이 털어내는 부모라는 사실을 정작 자식은 오랜기간 놓치고 삽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전국에 있는 아들, 딸들에게 부모님이 당신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잊지 말라고 외칩니다. 주위에 한 친구는 드라마를 보고, 휴가를 내서 아버지와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드라마의 여운이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보같은 아들로 언제 다시 돌아갈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효도하고 싶습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