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지브리'를 닮은 나
입력 : 2025-04-02 오후 4:27:15
하룻밤 사이 카카오톡을 비롯한 친구들의 SNS 프로필 사진이 모두 지브리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오픈AI가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하면서 생긴 변화인데요. 사용자들은 챗GPT를 이용해 자신의 사진을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로 바꾼 뒤 이를 밈처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복잡한 과정은 전혀 없습니다. 내 사진을 챗GPT에 업로드하고 "지브리 화풍으로 그려줘"라고 짧게 지시하기만 하면 됩니다. 길어야 30초에서 1분. 그 짧은 시간 안에 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주인공처럼 변신해 돌아옵니다. 지브리뿐 아니라 디즈니, 심슨 가족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스타일로도 변환할 수 있으니 이 재미는 순식간에 널리 퍼질 수밖에요.
 
그림체를 바꾸는 재미를 넘어 이번 이미지 생성 기술의 진짜 변화는 그 정교함에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AI)이 만든 그림에는 어딘가 이질감이 남아 있었는데요. 이제는 사람이 직접 만든 것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졌습니다. 광고나 마케팅용 이미지도 충분히 AI로 대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기술은 이미 실용성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즐거움 뒤에는 저작권이라는 복잡한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처럼 고유한 스타일을 가진 원작자의 작품을 AI가 모방하는 것은 법적·윤리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AI 이미지 생성이 원작자의 동의 없이 상업적 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문득 생각이 듭니다. 기술은 매일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고 그림도, 음악도, 글도 이제는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시대입니다. 우리가 예술에서 느끼던 감동, 정체성, 진정성 같은 요소들마저 AI가 능숙하게 흉내 내고 있죠. 그렇다면 앞으로 AI가 더 발전했을 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조는 과연 무엇으로 남게 될까요. 우리는 무엇을 진짜라고 믿게 되고, 그 진짜를 만들어내는 존재는 과연 여전히 인간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챗GPT를 이용해 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변형한 이미지.
 
오승주B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