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굶는 게 뭐길래
입력 : 2025-03-10 오전 6:00:00
매일 국회 소통관으로 출근합니다. 2층 구석에 기자회견장이 있는데요. 바로 옆에 질의응답이 오가는 백브리핑장은 언제나 사람이 붐빕니다.
 
지난 목요일 오전에는 유독 카메라 플래시 터뜨리는 소리가 컸습니다. 의원들이 둥글게 모여있고, 그 모습을 기자들이 찍는 중이었습니다. 틈새를 파고드니 그 중심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있었습니다. 빨간 목도리를 한 박 의원은 연실 얼굴을 감싸쥔 채 의자에 걸터 앉아있었습니다.
 
"기자회견 때까지 자꾸 말씀 시키지 말라" "엠뷸란스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 여러 말이 오갔습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도 동료 의원들의 부축을 받았습니다. 결국 본인 이름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이었지만 제대로 백브리핑도 끝내지 못한 채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박 의원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약 96시간 만입니다. 5일을 채 채우지 못했습니다. 단식 선언을 한 뒤 내내 경계하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24일)의 5분의1 수준입니다.
 
그나마 5시간 30분씩 릴레이 단식으로 농성과 디톡스를 같이 하던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의원들보단 성의가 있습니다. '천년묵은 명품 천일염'과 물만 먹고 있다는 인증이 올라왔거든요.
 
다만 정녕 단식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단식은 자신의 생명권을 건 투쟁방식입니다. 자유를 억압받고 의견을 표력할 방법이 없는 소수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했는데요. 그간 여야 정치인들은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거나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단식농성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윤석열씨를 위해 단식에 나섰습니다. 윤 씨 탄핵심판의 공정성이 침해될 수 있다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기 위해 단식을 선언한 것인데요.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건 위법한 행위라고 결정했는데도 이에 불복한 겁니다.
 
'약자 코스프레'라는 말이 있듯, '단식 투사 코스프레'는 넣어둡시다. 절박한 마음으로 단식에 나서는 약자들의 선택이 무색해지지 않도록요.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부축을 받으며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