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3일 박근혜 씨의 사저인 대구 달성구를 찾아갔습니다. 이 자리에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요. 지난 8년 전을 기억하는 이들이에게 매우 이상한 광경이었을 것입니다.
2017년 2월 박근혜 씨와 민간인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탄핵이 진행되던 당시 권성동 대표는 '박근혜 탄핵소추위원장'이었는데요. 지금과 비교해 보면 윤석열 씨의 탄핵소추위원장인 정청래 위원장과 같은 입장입니다. 당시 그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있어서 국민들이 자존심과 긍지가 많이 손상됐다"고 공개발언을 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다수의 국민들은 그때를 기억하고 있지만 그들만 그들의 기억 속에는 없던 일처럼 사라진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그것도 박근혜 정부를 조기에 물러나도록 한 윤석열 씨의 탄핵 국면에서 말이죠. 그를 예방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진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비교적 똘똘 뭉쳤던 국민의힘의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요. 당에서는 크고 작은 내분이 일어나며 윤 씨를 부정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극우' 집회에 참석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말로는 '탄핵 기각'을 외치지만 일부는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그동안 '간판'은 바뀌었지만,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한나라당'에서 배출한 모든 대통령은 불법과 비리로 옥살이를 했던 것도 잊은 것인지 심히 우려가 됩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기억합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자기모순에 빠져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습니다.
최근 정치팀에 발령을 받고, 동료 기자들끼리 정보 공유를 만든 '꾸미'에 새롭게 들어가게 됐습니다. 주로 국민의힘을 출입하는 기자들끼리 만든 방에 제가 추가로 들어가게 된 것인데요. 방제는 '여당'이라고 적고, 괄호 안에 '이었던 것'이라고 적혀있어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됐습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3일 대구 달성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