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학교 풍경은 예년과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활기찬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면에는 급격히 줄어든 학생 수라는 심각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학령인구는 해마다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경기 남부에 사는 한 지인은 올해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는데, 전체 학년이 단 두 반으로만 운영된다고 합니다. 각 반의 학생 수는 20명 남짓이고요. 경기 북부에 거주하는 또 다른 지인은 인근 초등학교의 한 학년이 한 반으로만 운영된다는 얘기에 아직 6세인 자녀의 교육 환경을 위해 벌써부터 주말마다 이사할 곳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부산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부산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생략했고, 기장군의 한 학교는 신입생이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부산 전체로 보면 초등학교 신입생 수가 매년 수천 명씩 감소하고 있어 '대한민국 제2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도시 외곽과 농어촌 지역은 더욱 심각한데요. 경상남도에서는 신입생이 아예 없는 초등학교가 26곳이나 되고, 학생이 단 한 명인 학교도 33곳이나 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시 신입생이 극히 적은 학교가 늘고 있으며, 폐교 소식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교 현장의 위기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며 소아과와 같은 필수 의료서비스가 지역에 따라 크게 축소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젊은 가정들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출생이 가져온 사회적 충격은 이미 눈앞에 있습니다. 출산 장려라는 막연한 구호만으로는 상황을 개선할 수 없습니다. 출산과 육아가 경제적 부담이 아닌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과감하고 장기적인 정책적 결단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 변화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학교 풍경은 낯설지 않은 우리의 일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4일 오전 인천 강화군 교동초에서 1학년 신입생이 학교생활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입학식에는 1학년 신입생 1명이 입학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