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금 매입에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늘리며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을 확대하는 흐름과 대조적인 행보인데요.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한국은행도 금 보유량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금 매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 104.4톤 중 90톤은 김중수 총재 시절인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 매입했습니다.
당시 금 가격은 온스당 최대 1900달러였으나 이후 2016년 1000달러대로 폭락하면서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습니다. 이후 한국은행은 추가 금 매입을 하지 않고 있으며,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은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2022~2024년 3년 연속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이 1000톤을 웃돌았습니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은 8134톤, 러시아는 2336톤, 중국은 2113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중국은 특히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줄이며 금 비중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행은 2013년 세계 32위였던 금 보유량 순위가 지난해 말 38위로 하락하며 존재감이 더욱 약화했습니다.
한국은행은 금 매입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높은 가격 변동성과 낮은 유동성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은 채권이나 주식에 비해 현금화하기 어렵고, 보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외환보유액 운용 자산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제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계속해서 금 매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기회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주요국이 미국 국채 의존도를 줄이며 금을 대체 자산으로 활용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한은 역시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금 보유량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정치권에서도 금 보유 수준을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자료를 내고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상대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다. 한은도 금을 전략자산 삼아 그 보유비중을 최소 5%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즉각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낮은 유동성 등을 이유로 금 매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사진은 한국금거래소 내 골드바를 들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