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윤석열씨를 비롯해 의혹에 연루된 주요 정치인들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불과 석 달 전만 하더라도 검찰은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수사권이 없다’라면서 수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윤씨 탄핵 국면 전후로 검찰 태도가 크게 달라진 모양새입니다. 법조계에선 검찰에 대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냅니다. 윤씨 탄핵심판 결과와 조기 대선 향방에 따라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검찰이 대선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지난달 17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 설치된 검찰 깃발. (사진=연합뉴스)
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은 지난해 11월19일 윤씨 부부의 대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총선 공천 개입 의혹에 관해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면서 “선거법 사건에서 검찰 수사권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고발인은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5일 <뉴스토마토>가 명태균 게이트를 폭로하자 10월부터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윤씨 등을 고발했습니다. 그해 11월19일은 김씨가 검찰에서 처음 고발인 조사를 받은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김 대표에게 검찰이 한 첫마디는 ‘수사권이 없다’였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 중 일부만 직접 수사 대상이고, 나머지는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특히 여론조사 관련은 직접 수사 범위에서 빠져 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에 김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어떻게 수사했느냐”고 따져 묻자 검찰은 “수사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직접 수사 범위 외 죄명을 직접 적용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태도는 '이 대표는 직접 수사가 되고, 윤씨 부부는 안 된다'는 말 아닌가”라며 “검찰 수사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윤씨 부부의 공천개입 정황을 확인하고도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이후 김 대표에 대한 검찰의 고발인 조사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여론조사 조작 의혹, 지방선거 공천 개입 의혹, 창원산단 의혹,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총 6건에 대해 고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11월19일 여론조사 의혹에 관한 2건의 고발인 조사만 진행됐고, 나머지 4건은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겁니다. 4건에 대해선 고발인 조사 출석 일정 조율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두 달 동안 고발인 조사 일정 조율도 안 했다는 건 이례적”이라면서도 “사건의 직접 피해자가 아니라면 고발인 조사 없이 바로 피의자를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조용하던 검찰이 다시 움직인 건 2월26일입니다. 앞서 지난달 17일 창원지검에서 명태균 게이트 사건을 이송받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오세훈 시장의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다음날인 27~28일엔 창원지검에서 명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창원교도소에 수감 중인 명씨를 조사하기 위해 중앙지검 수사팀이 창원까지 내려간 겁니다.
애초 "수사권이 없다"고 하다가 갑자기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검찰의 행보는 의문을 자아냅니다. 검찰을 의심스럽게 지켜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중앙지검이 명씨를 다시 조사하는 것부터 수상하다는 겁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통상 창원지검에서 명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서울로 사건을 이송하는데, 중앙지검에서 명씨를 재조사한다는 건 피의자조사부터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윗선에서 가르마를 탄(수사 방향을 정한) 사건은 피의자 조사에서 검사의 첫 질문부터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탄핵으로 공석인 상황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건을 핸들링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검찰은 기소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통해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차라리 명태균 수사로 반사이익을 얻을 국민의힘 후보에게 힘을 실어 새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