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해 4분기 국내 가계의 월평균 소득이 3.5% 늘면서 6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고물가·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지출 증가세는 둔화했습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계속된 '내란 사태'도 내수 소비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가구주 평균연령이 60세를 넘어선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는 소득이 늘었음에도 지출은 되레 줄면서 소득 분위별 양극화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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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22만원 벌고 391만원 썼다…소득 늘어도 소비 '꽁꽁'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1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습니다. 6개 분기 연속 증가 흐름으로 근로소득(2.3%)·사업소득(5.5%)·이전소득(5.6%)이 모두 늘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도 2.2% 증가해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증가했습니다.
4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91만원으로 1년 전보다 2.5% 증가했습니다. 이중 소비지출은 290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는데, 16분기 연속 증가세입니다. 다만 소비지출 증가폭은 2021년 1분기(1.6%) 이후 15분기(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소비지출 항목을 보면, 주거·수도·광열 등 집세와 관련한 지출이 7.6% 증가했고, 고물가로 인한 음식·숙박(5.1%), 해외여행과 관련한 오락·문화(11.1%)에서도 증가폭이 컸습니다. 하지만 교통에서 9.6%나 감소해 전체 소비지출 증가폭을 둔화시킨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주류·담배(-3.4%)·가정용품·가사서비스(-3.7%)·통신(-2.4%)도 지출이 줄었습니다.
소득에서 연금·보험·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0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습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30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7.8% 증가했습니다. 다만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평균소비성향은 69.0%로 1.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돈을 번 것보다 덜 썼다는 의미"라며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등 사회적 불확실성도 일부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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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근로소득 4.3% 감소… '2019년' 이후 처음
소득 분위별 격차도 더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4분기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1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재산소득(25.8%)과 이전소득(7.8%)은 늘었지만, 근로소득(-4.3%)과 사업소득(-7.9%)이 감소했습니다. 근로소득 감소는 4분기 기준으로 2019년(-6.2%) 이후 처음입니다. 1분위 근로소득은 지난해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감소세입니다.
이 과장은 "1분위에 고령 가구가 전년보다 많이 늘면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노인 가구가 이번 조사 기간 1분위로 대거 유입되면서 근로소득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입니다.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103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했습니다. 가계지출도 소비지출이 늘면서 1년 전보다 6.3% 증가했습니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 가구의 4분기 월평균 소득은 1119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3.7% 증가했습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0.5%, 9.8% 늘었고, 이전소득도 6.4% 증가했습니다. 재산소득 역시 1년 새 15.5% 늘면서 8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처분가능소득 또한 4.9% 늘어난 891만2000원이었습니다.
다만 소득과 소비 여력이 늘었음에도 5분위 가구의 가계지출은 1년 전보다 0.4% 감소했습니다. 소비지출(-0.3%)과 비소비지출(-0.8%)이 모두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소비지출 품목별로 보면 교통(-25.9%)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주류·담배(-12.9%), 교육(-5.2%) 소비도 줄었습니다.
상위 20%의 소득 평균값을 하위 20% 소득 평균값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28배로 1년 전(5.30배)보다 하락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배율이 작아진다는 것은 분배 개선을 의미하는데, 소득 5분위 배율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3개 분기만입니다. 다만 공식적인 소득분배 개선 여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연간지표)를 통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