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반대범국민현합 회원들이 탄핵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나만 남았다. 난파선 탈출. 보수 전체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선택지는 단 하나. 대탈출. 내란 우두머리(수괴)를 방탄할 호위무사는 없다. 기다리는 것은 '난파선 레밍'(쥐 떼)으로 태세 전환할 대서사. 눈 떠보니 다시 '박근혜 데자뷔'다.
변곡점은 중도층 이탈과 보수층의 무당층 이동. 시작은 내란 수괴의 오판. 대통령 권위는 온데간데없이 비루한 판단력만 남자, 대선 캐스팅보트를 쥔 이들이 손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의 명분을 스스로 걷어찬 채 기·승·전 '음모론'에 빠진 참혹한 결과. 중도층이 내란 수괴에 등을 돌리자, 국민의힘 의원들도 난파선 레밍의 길목에 섰다. 극우세력과 스스럼없이 손잡은 기괴한 보수진영의 끝은. '공멸·자멸·파멸'
경고성 계엄 사라진 자리에…'부정선거 음모론'
실제 그랬다. 헌법재판소 변론 시작과 동시에 윤씨의 민낯은 금세 까발려졌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비상계엄'에 대처하는 전략 변화. 내란 사태 초반, 윤씨가 들고나온 명분은 '경고성 계엄'이었다. 탄핵을 일삼은 야당의 입법 독재에 맞선 대통령의 비상대권이라는 논리적 허점.
특히 12·3 비상계엄 직전, 22건의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판사·검사에 대한 줄탄핵 겁박. 제1당을 무기 삼아 일삼은 예산 삭감. 윤씨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폭거 자체가 민주주의 유린이라고 항변했다.
보수진영 일부는 동조했다. 지지율도 들썩였다. 2016년 박근혜 탄핵 때와는 정반대의 여론. 국민의힘 의원들도 손절 대신 서울구치소 앞 접견 행렬에 합류했다. 국민의힘 전체가 앞다퉈 극우 경쟁에 돌입했다. 깜빡이도 없이 우측 핸들을 마구잡이로 돌렸다.
끝자락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음모론. 부정선거 외피를 쓴 망상이 한국 정치권을 뒤덮었다. 중국인 99명 체포를 비롯한 부정선거 음모론이 헌법재판소로 갔다. 법치주의 한가운데를 파고들었다. K-쿠데타를 꿈꾼 윤석열 세력의 황당한 궤변은 계속됐다.
윤씨의 망상은 극우 진영에 내란 선동 시그널로 작용했다. 지난달 19일 서울서부지법 폭동이 대표적. 2차 내란 선동에 나선 정광훈 교회(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를 비롯한 극우 세력. 이들이 꿈꾼 것은 윤석열식 문화혁명. 홍위병을 자초한 이들의 찬동이 보수 궤멸을 불렀다.
중도층 손절 시작했다…돌고 돌아 '박근혜 데자뷔'
촛불행동 관계자들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국정원 CCTV 공개한 국민의힘 의원 및 유출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촛불행동은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0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행적이 담긴 국정원 내부 폐쇄회로 영상을 공개했다며 이를 국정원법 위반, 내란동조 혐의로 고발했다.(사진=뉴시스)
극우 세력의 망상은 중도층 등에 원심력으로 작용했다. 중도층의 러시가 시작됐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까지 사흘간 조사한 2월 3주 차 정례 여론조사(21일 공표·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40%)과 국민의힘(34%) 격차는 6%로 벌어졌다. 특히 민주당이 한 주 사이 2%포인트가 상승하는 사이, 국민의힘은 5%포인트나 하락했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내 격차지만, 지난 한 달간 초박빙이던 구도엔 '균열'이 발생한 셈이다. 실제 '한국갤럽'의 지난 한 달간(1월 2주 차∼2월 3주 차) 정당 지지율 추이를 보면, 민주당은 '36%→36%→40%→38%→40%'였다. 국민의힘은 '34%→39%→38%→39%→34%'였다.
중도층이 이탈을 주도했다. 32%(2월 2주 차)에 달했던 국민의힘 중도층 지지율은 한 주 만에 22%로 고꾸라졌다. 반면 민주당 중도층 지지율은 같은 기간 37%에서 42%로 상승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경북(TK) 유권자 중 상당수는 무당층으로 이동했다. 2월 둘째 주 국민의힘 TK 지지율은 75%. 한 주 만에 50%로 내려앉았다. 그사이 민주당은 14%에서 22%로 8%포인트 증가. 국민의힘에서 빠진 만큼, 민주당으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안착한 곳은 무응답층. TK의 무응답층은 한 주 사이 6%에서 22%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이게 민심이다. 선택지는 더는 없다. 내란 수괴의 폭주는 사실상 '자폭' 수순에 들어갔다. 구치소 안에서도 '권력 놀음'에 빠진 내란 피고인 윤석열. 극우 아스팔트를 정치적 숙주 삼아 권력에 기생한 내란 주범. 대통령이 혹세무민을 자초하는 역주행. 보수가 국민을 억압하는 기이한 시대. 격노를 일삼는 그의 복수는 한낱 '몽'에 불과했다. 한때 행정부 수반인 그에 대한 마지막 조언.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갖추시라."
최신형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