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뉴스토마토프라임] 지지율에 담긴 '불편한 진실'
[최신형의 정치 인사이드] 기승전 '어대명'…그건 '필패'
입력 : 2025-01-13 오전 8:54:14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 찬반 집회로 한남대로가 막혀 있다.(사진=뉴시스)

여의도 문법을 벗어났다. 선로 이탈 정도가 아니다. 궤도를 완전히 벗어났다. 내란 정국에서 상승한 국민의힘 지지율 얘기다. 반등 정도가 아니다. 내란 우두머리(수괴)의 방탄 정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전으로 회복했다. 이쯤 되면 쇼크다. 내란 쇼크가 아니라 '지지율 쇼크'다.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보수의 대결집'이다. 초반엔 명태균식 여론조사가 만든 가공된 수치로 치부했다. 일부 여론조사 질문 자체의 바이어스(편향성)가 만든 신기루라고 폄훼했다. 아니다. 보수의 결집이 시작됐다. 보수 과표집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절하기엔 모든 여론조사에서 같은 추세를 보였다. 정치 고관여층의 여론이 과다 반영되는 자동응답시스템(ARS)의 문제도 아니다. 전화면접조사에서도 거대 양당 지지율은 오차범위다.
 
TK부터 중도층까지…뒤집어진 서울 
 
'한국갤럽'이 지난 7~9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의 1004명으로 대상으로 한 1월 둘째 주 여론조사(10일 공표·이하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36%)과 국민의힘(34%) 지지율은 2%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불과 3주(지난달 17~19일 조사·20일 공표) 만에 추세가 역전됐다. 민주당 지지율이 12%포인트(48%→36%) 빠진 사이, 국민의힘 지지율은 10%포인트(24%→34%) 상승했다. 
 
보수의 성지 대구·경북(TK)이 견인했다. TK 지지율은 3주 사이, 19%포인트(33%→52%) 올랐다. 60대에선 22%포인트(53%→31%)나 상승했다. 보수층도 10%포인트(63%→73%) 더 지지했다. '샤이(숨은) 보수'가 '앵그리(화난) 보수'로 돌변한 셈이다.
 
전통적인 보수층만 결집한 것은 아니다. 서울에선 되레 국민의힘(40%)이 민주당(33%)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인 7%포인트나 앞섰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이 19%포인트 오른 반면, 민주당은 13%포인트(46%→33%) 하락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경기·인천이다. 이곳은 수도권 중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과반(52%)이던 민주당 지지율은 40%로 주저앉았다. 그만큼 국민의힘 지지율(21%→40%)이 상승했다. 30대 역시 민주당의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21%포인트(54%→33%)나 하락했다. 중도층에서도 빠진 민주당 지지율(46%→35%) 만큼, 국민의힘 지지율(13%→24%)이 상승했다.  
 
박근혜 탄핵 정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민주당 40%, 국민의당 12%, 새누리당 12%, 가칭 개혁보수신당 6%.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인 2017년 1월 첫째 주(4~5일 조사·6일 공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다. 
 
아이러니하다. 내란 수괴의 친위 쿠데타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런데도 괴멸 수순을 걸은 그때와 달리, 지금은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 그냥 결집이 아니다. 총궐기다. 
 
한국갤럽이 1월 2주차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34%, 민주당은 36%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작년 12월 3주차에 비해 국민의힘은 10%포인트가 상승했고, 민주당은 12%포인트 하락했다. 조국혁신당 5%, 개혁신당 2%, 이외 정당·단체 1%,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은 19%로 나타났다.(그래픽=뉴시스)

완장 찬 홍위병 반작용…'보수 대결집'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보수진영의 탄핵 트라우마.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2017년 대선을 시작으로, 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까지 연거푸 패했다. 탄핵의 강을 넘으려다, 보수 괴멸의 강에 빠졌다. 이번에도 진보진영에 정권을 뺏기면, 장기집권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샤이 보수를 광장으로 이끌었다. 보수 지지층이 이 국면을 '진영의 존망'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정치적 내전에 뛰어든 셈이다. 
 
다른 하나는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윤석열 씨는 12·3 비상계엄 선포 후 9일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장기간 예열된 박근혜 탄핵의 경우 잔불이 오래갔지만, 속전속결로 처리된 윤석열 탄핵은 비상계엄이라는 대형 산불이 꺼지자, 잔불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갔다. 
 
대선 학습효과도 있다. 2017년 19대 대선의 최종 결과는 문재인(전 대통령·당시 민주당 후보) 41.1%, 홍준표(자유한국당) 24.0%, 안철수(국민의당) 21.4%, 유승민(바른정당) 6.8%, 심상정(정의당) 6.2% 순이었다. 범보수가 52.2%로, 47.3%에 그친 범진보를 앞질렀다. 보수가 분열만 하지 않는다면, 권력 헤게모니를 쥘 수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때 보수 이탈표(최소 12표)가 2016년(62표) 대비 5분의 1로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때와는 달리, 보수 정당 인사들의 탈당과 신당 창당이 전무한 것도 마찬가지. 
 
지지율 수수께끼의 마지막 퍼즐은 '반명'(반이재명) 심리. 두 탄핵 정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포스트 대선주자의 천하삼분지계. 19대 대선 정국인 2017년엔 문 전 대통령뿐 아니라, 보수 다스호크로 불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제3지대 안철수(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대선판 정국에 섰다. 
 
'한국갤럽'의 2017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첫 조사인 1월 둘째 주(10~12일 조사·13일 공표)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이 3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반 전 총장(20%), 이재명 민주당 대표(12%), 안철수 의원(7%·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순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1위였지만, '문재인 대세론'이 정국 상수는 아니었다. 
 
내란 정국의 대선 상수는 '이재명 대세론.' 하지만 딜레마는 뚜렷하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심판은 속도전. 이재명 재판은 지연전. 차기 권력에 근접한 민주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툭하면 탄핵과 고발을 서슴지 않는 민주당의 과격함과 조급함. 샴페인을 터트리기 전, 완장 찬 홍위병과 결별하시라.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을 외치는 개딸(개혁의 딸)의 함성에 끌려가선 안 된다. 민주당 실책에 따른 내란 수괴의 재림, 그건 역사의 반동 아닌가.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전략적 인내'다.
 
최신형 정치부장
최신형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