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차철우 기자, 김유정·김태은 인턴기자] 정치 원로들은 '윤석열 탄핵' 사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37년간 이어져 온 '87년 체제'를 종식하고 제7공화국으로 나아갈 개헌의 적기라는 조언이 뒤따랐는데요. 특히 개헌 과제 중에서 권력구조 개편만이라도 차기 대선을 치르기 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반면 지금은 정국 혼란 수습이 우선이지 개헌할 때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정국 수습 방안이 개헌…지금 아니면 또 기회 놓쳐"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1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쟁 상태와도 같은 정치의 실종이 탄핵을 야기한 배경"이라고 짚었습니다. 동시에 그는 "(탄핵은) 어떤 의미에서는 시민의 승리이고 국회의 승리"라며 "위기 국면에서 국민적 저력과 민주주의에 대한 향심을 세계 만방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이번 사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런 사태(탄핵)가 오게 한 근본적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개헌의 기회가 왔을 때 역사적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문 전 의장은 "대통령의 권한이 집중돼 있으면 어느 대통령이 되더라도 똑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또 놓치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회장도 "90일 정도면 원 포인트 개헌을 마칠 수 있다"며 여태껏 지지부진했던 개헌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개헌을 위한 여러 현안들이 많지만 대통령 권한 축소 이양과 양원제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역시 정 회장의 시각에 동조했습니다. 그는 "탄핵과 투 트랙으로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그릇에 좋은 술을 담아야 한다. 제도적으로 뜯어 고쳐놓고 대통령을 뽑아야 문제가 안 생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생각도 비슷했는데요. 그는 "정국 수습 방안이 개헌"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를 먼저 협의해 통과시킨 후 다른 문제는 대선이 끝난 후 논의하면 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는 국민의힘에도 살길을 열어준다"며 "개헌은 2개월 안에도 끝낼 수 있다. 개헌을 먼저하고 선거를 해야지, 선거부터 하는 것은 5년 단임제를 다시 반복하자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1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헌의 키는 '우원식 국회의장'"
조속한 개헌을 위해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습니다. 개헌안에 대해서는 지난 19∼20대 국회에서 국회의장 직속으로 개헌연구위원회를 설치해 상당한 정도로 연구가 진척된 것이 있으니 행동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이 전 부의장은 "국민적 합의는 이미 개헌해야 한다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의결해 발의하고 국민투표에 부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정 회장은 "국회의장이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고, 문 전 의장은 "의장이나 헌정회장 등 국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부터 분위기를 잡아줘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문 전 의장은 국회의장 등을 지냈던 정치 원로들이 조만간 우 의장을 만나러 갈 계획도 있음도 시사했습니다.
반면 지금은 개헌보다는 혼란한 정국 수습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개헌이 필요한 것이 맞다"고 전제하면서도 "지금처럼 서로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개헌을) 꺼내 때는 아니라고 본다. 탄핵 국면이 정돈되고 여야가 어느 정도 정돈된 후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고 봤습니다. 국회뿐 아니라 국민적 합의도 필요한 개헌 논의가 자칫했다간 '백화제방'식으로 여러 주장들만 난무한 상황으로 흐를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김진양·차철우 기자, 김유정·김태은 인턴기자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