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차철우 기자] 8년 만에 '조기 대선' 정국이 또 찾아왔습니다. 윤석열 탄핵안이 재수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탄핵안에 적시된 내란죄 행위가 명백한 만큼, 인용될 확률이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됐던 91일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벚꽃 대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여야 대권 주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는데요. 현재로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가장 유력한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또 다른 후보군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1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에서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벚꽃'이냐 '장미'냐…"오래 걸리지 않을 것"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1대 대통령 선거는 내년 4~5월 중 치르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지난 14일 윤석열 탄핵안이 헌재에 접수되면서 본격적인 탄핵 심판이 개시됐는데요. 헌재의 최종 판결이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벚꽃 대선'(4월)일지, '장미 대선'(5~6월)일지 아니면 '폭염 대선'(7~8월)일지가 판가름 나는 겁니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가 사건 접수 후 180일 안에 탄핵 인용 및 기각 결정을 선고하도록 규정합니다. 다만 대통령 탄핵은 국정 운영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빠른 결정을 내려왔습니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까지 63일이 걸렸고, 탄핵이 처음으로 인용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습니다.
이번에는 박 전 대통령 때보다 탄핵 사유가 더 명확하기 때문에 결정이 더 빨리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4월18일 종료되는 점도 헌재의 판결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법조인 출신인 윤석열 씨가 재판 지연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 당시보다 늘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탄핵이 최종 인용되면 다음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슷한 일정으로 진행된다면 내년 2월 중 파면이 최종 결정되고 4월 중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헌재가 심리를 위해 법으로 부여된 최장 기간인 180일을 모두 활용하면 내년 6월 파면 여부를 결정하고 8월 새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이재명 대세론' 속 잠룡들도 '꿈틀'
현재로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입니다. 이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뉴스1>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2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란 질문에 37%가 이 대표를 꼽았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7%),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6%),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안철수 국민의힘 의원(4%), 김동연 경기지사(3%) 등 그 밖의 후보군은 모두 한 자릿수 대에 머물렀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피선거권이 10년간 박탈되는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사법리스크' 족쇄가 여전히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범야권에서 대체불가한 차기 주자입니다.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기 전 이 대표가 민생·경제 행보에 집중했던 점 역시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이날에도 이 대표는 혼란한 정국 안정을 위한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죠.
'이재명 대세론'이 굳어져 있긴 하지만 이른바 '신 4김'이라 불리는 잠룡들도 보다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입니다. 독일 유학 중이던 김 전 지사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5일 일정을 앞당겨 조기 귀국했는데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재명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을 순차로 만난 그는 지난 12일에는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두 번째 탄핵 표결날이었던 14일에는 여의도공원 앞에서 방한용품 나눠주기 행사를 진행한 후 탄핵 촉구집회에 합류했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 김두관 전 국회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도 "탄핵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며 저마다의 자리에서 할 일을 찾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내란'의 공범으로 치부되는 여권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합니다. 윤석열의 대체재로 등장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권 분열의 단초가 됐고,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은 판세를 뒤집을 만큼의 파괴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탄핵 첫 투표부터 소신 있게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은 대중들의 긍정적 평가를 얻었을지는 몰라도 당 내 지지 확보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틈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보수 정당 출신으로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겁니다. 이 의원은 최근 BBC를 비롯한 여러 인터뷰에서 "내년 3월이면 만 40세가 된다"며 "2월에 탄핵 결과가 나오게 되면 참여가 가능할 텐데 저는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출마 의지를 시사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선이 언제 치러지느냐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대권 가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탄핵 결정이 먼저 나오느냐, 이 대표의 최종심이 먼저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지금으로선 민주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힘에서 (이재명 대표의) 대항마가 등장하기보다는 민주당 내에서 또 다른 대안 찾기를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