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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음악 결산)①K팝 걸그룹, 세계로 뻗어가다
뉴진스·피프티피프티 '이지 리스닝' 열풍
입력 : 2023-12-14 오후 6:33:1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올해 대중음악 시장에선 K팝 걸그룹의 약진이 유독 거센 한 해였습니다. 특히 뉴진스와 피프티피프티는 '이지리스닝(듣기 편한 사운드)' 계열의 장르와 숏폼 등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 전략으로 새로운 음악 표준을 만들며 영미권을 흔들었습니다. 기존 K팝의 성공 모델을 깬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으로 해석되면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이후 새로운 글로벌 신드롬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그룹 뉴진스가 3일(현지시각)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뮤직페스티벌 첫날 헤드라이너(간판 출연)로 나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AP
 
뉴진스·피프티 신드롬, K팝 걸그룹 '이지리스닝'
 
올해 뉴진스 미니 2집 '겟 업(Get Up)'은 별다른 현지 프로모션 없이 초반부터 영미권 시장에서 성과를 냈습니다. 빌보드 메인음반 차트인 '빌보드200'에 1위(8월5일 자)로 진입한 뒤 이번 주까지 20주 연속 차트인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팝 걸그룹으로 이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블랙핑크에 이어 두 번째이며, 총 26주간 머무른 블랙핑크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 기록을 넘어설지도 관심입니다. 
 
뉴진스에 앞서 그간 K팝 걸그룹 표준 사운드를 다듬어온 그룹은 블랙핑크입니다. 블랙핑크의 음악은 주로 현대적 힙합 풍 비트에 일렉트로닉 '훅'(귀에 확확 감기는 멜로디 반복 구절)을 주로 활용한 YG 표 K팝 사운드를 표방합니다. 여기에 리듬앤드블루스(R&B) 풍 보컬과 귀에 쏙쏙 꽂히는 랩 딕션을 주로 활용해 블랙핑크 특유의 '예쁘지만은 않은 검은 컬러'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뉴진스의 음악은 기존 K팝 방정식에 새로운 상수값을 투입시킴으로써, 판도 자체를 바꿔냈습니다. 250, 프랭크(FRNK), 에릭 드 카시르 같은 국내외 프로듀서들을 끌어 모아 90년대 북미, 남미, 유럽에서 유행하던 장르를 K팝에 연결시켜냈습니다. 디스클로저나 크레이그 데이빗 같은 본토 UK개러지의 칠(chill·차분하고 몽환적)한 분위기, 볼티모어 기반 저지 클럽 사운드의 잘게 쪼개지는 비트들로 기존의 '마라맛'과는 다른 '버터맛' 사운드, '이지리스닝(듣기 편한 사운드)' 장르를 새로운 K팝 사운드 표준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비쥬까지에 이르는 1990년대 한국 댄스 가요 스타일의 나른한 멜로디 랩이 최신 경향의 K팝 사운드와 만난 것이라고 짚어냅니다. 
 
뉴진스의 '디토', '슈퍼샤이', 'OMG' 열풍은 3월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로 이어졌습니다. 청량하면서도 아련한 복고풍의 신스팝으로, 뉴진스 이후 신드롬이 된 이지 리스닝 계열의 곡입니다. 외국 작곡가들이 주축을 이뤄 멜로디를 만들었고 멤버 키나가 랩 메이킹에 참여했습니다. 올해 영미권 차트를 장기간 석권했습니다. K팝 역대 데뷔 이래 가장 빠른 4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리더니 최고 순위 17위·25주 연속 차트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영국 오피셜 차트 '싱글 차트 톱 100'(Singles Chart Top 100)에서는 최고순위 8위·22주에 오르며 K팝 걸그룹 최장 진입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룹 뉴진스가 3일(현지시각)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뮤직페스티벌 첫날 헤드라이너(간판 출연)로 나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AP
 
이제는 'K자 뗀 팝', 숏폼에 올라타 전 세계로
 
뉴진스와 피프티피프티의 성공 이면에는 짧은 노래 길이와 반복되는 훅 등을 전략적으로 씀으로써 틱톡 같은 숏폼 플랫폼에 최적화시키려고 했다는 점도 꼽힙니다. 실제로 두 팀의 곡은 기존 K팝의 '15~60초 안무영상 챌린지'와는 달리, '많게는 수백만 적게는 몇만 단위의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노래를 가지고 노는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자리잡으면서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8월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 2023' 무대는 이들의 성공에 대한 증명이었습니다. 글로벌 팬덤 '버니즈'들(뉴진스 팬덤)이 토끼 모양의 머리 띠를 하고 공식 응원봉인 '빙키봉'을 들며 처음 미국땅을 밟은 뉴진스 음악에 제창을 하는 광경은 가히 놀라웠습니다. 지난 6월 피프티피프티는 정산 문제와 무리한 일정 강행 등 중소기획사의 구조적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올해 '2023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듀오/그룹 부문과 톱 글로벌 K팝 송 부문 후보에 오르는 성과를 낸 것도 사실입니다.
 
두 그룹 외에도 올해 블랙핑크는 K팝 걸그룹 최대 규모인 180만명을 모은 월드투어 '본 핑크'로 '2023 빌보드 뮤직 어워즈'의 '톱 K팝 투어링 아티스트'에 선정됐습니다. 르세라핌과 아이브, 베이비몬스터 같은 4~5세대 신예 걸그룹들은 록과 힙합 등 각 장르별 차별화시키며 뉴진스-피프티 열풍과 차별화된 새로운 흐름도 만들어왔습니다. 하이브와 유니버설 산하 게펜레코드가 협업하고 있는 '캣츠아이', JYP와 리퍼블릭 레코드 협업 '비춰(VCHA)' 같은 다국적 걸그룹도 날아오를 채비 중입니다. ‘K자를 뗀 팝’으로 다가가고 있는 걸그룹들이 내년에도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지 주목됩니다.
 
다국적 걸그룹 캣츠아이. 사진=하이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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