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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장 뒷담화)횡단보도 끝은 인도 아닌 배추밭?
입력 : 2023-12-07 오전 10:44:03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지난달 27일 월요일. <뉴스토마토>는 금융증권부 기자들을 중심으로 6명의 특별취재팀을 꾸렸고, 이른 새벽부터 모여 비행기를 타고 오후 쯤 베트남에 도착했습니다. 베트남에서 고군분투 중인 우리나라 금융사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숙소 근처 식당에서 너무나 형편없는 점심을 먹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주린 배를 달래가며 도보로 15분 거리의 카페를 찾아나섰습니다.
 
한 기자가 선두에 섰습니다. 지도 어플로 길을 보며 걸었는데요. 6~7분 정도 걸었을까요. 어느 순간 도로 위에 있었습니다.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에 인도가 끊겨있었습니다. 인도 없이 도로 사이로 횡단보도가 있어 우선 건넜는데 종을 알 수 없는 배추 들이 무성하게 자란 밭이 나타났습니다. 도로 옆 사각지대라고는 이 배추밭 뿐이었습니다. 당장 쥐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배추밭을 헤맸습니다.
 
호찌민 시내 도로 모습. 횡단보도 끝에 인도가 이어지지 않고 풀이 자라난 사각지대만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초행길이라 그런걸까, 여행자라 길을 몰라 이런 일이 있었나 하는 당혹감이 몰려왔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취재팀처럼 차가 달리는 도로 한켠으로 걷는 현지인들이 보였습니다. 4,5살쯤 돼 보이는 어린 자녀와 함께 길을 걷는 어머니 모습도 보였습니다.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곳이 많은 나라였던 겁니다.
 
이 때 떠오른 것은 저축은행이었습니다.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 우리와 같은 처지라는 생각에서입니다.  베트남에는 한국의 은행, 보험사, 카드사, 자산운용·증권사 등 다양한 금융업종이 진출해 있는데요. 저축은행만 예외였습니다. 일단 베트남에 발이라도 걸쳐둔 저축은행은 한 손가락 안에 꼽는데요. 그 중에서도 한 저축은행은 베트남 진출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습니다. 별 소득이 없었단 것이죠. 반면에 은행과 보험사는 베트남 현지 금융사 순위 10위 안에 드는 곳이 있을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죠.
 
인도가 없어 차도로 걷고 있는 기자들. 사진 왼편 수풀지대에는 이름 모를 잡초와 배추와 비슷한 풀들이 자라나 있었다. (사진=허지은 기자)
 
베트남서 만난 금융사 관계자가 저축은행의 베트남 진출이 왜 힘든지 알려줬습니다. 우리가 일수라고 흔히 알고 있는 사금융 대부업이 아직까지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일수나 저축은행이 큰 구분 없이 받아들여지는 나라라고요.
 
"베트남 사람들은 18살이 되면 오토바이를 갖는 게 꿈이에요. 그런데 베트남 사람의 소득 수준이 그리 높지 않거든요. 그럼 오토바이 살 돈을 어디서 만들까요? 일수에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일수 돈 갚는 사례가 굉장히 많아요. 돈이 필요하면 사금융을 찾는 나라에서, 은행이 아닌 2금융권이 자리잡기가 쉽겠어요?"
 
그래서일까요. 한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A저축은행은 단기간 법인장을 수차례 교체했다고 합니다. 그 중 한 법인장은 눈에 띄게 열정을 갖고 일을 추진했지만 역시 교체 대상이 됐다고도 했습니다. 어떤 저축은행은 사실상 철수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최근환 베트남-싱가포르 공단(VISP) 마케팅 이사는 "올해 7월 기준으로 베트남 사람 은행 계좌 보유율이 70%밖에 안 된다"며 "이 마저도 믿을 수 있는 통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더 적을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베트남 인구가 1억명 정도인데, 은행 계좌도 없는 사람이 적어도 3000만명은 된다는 겁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결제성 예금계좌 보유율은 98.8%에 이릅니다.
 
사실 여행객으로서 베트남 사금융 시장의 위엄을 체감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금은방 환전소입니다. 베트남 여행객들이라면 여행 중 최소 한 번 이상은 이곳을 이용했을 것입니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간 뒤, 베트남 현지 금은방에서 베트남 동으로 환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금은방 환전소들은 전당포를 겸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쯤되니 왜 아직까지 베트남에서 우리나라 저축은행들이 자리를 잡지 못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시장 상황이 이러한데, 저축은행은 은행과 사금융 업체 사이에 끼어서 타깃층 확보도 쉽지 않은 것이죠. 베트남 금융시스템이 체계화될 때 비로소 저축은행도 베트남에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베트남 한 시중은행 옆에 붙어 있는 환전소.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점포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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