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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에도 K팝 위기 말하는 ‘하이브’
창사 이래 최대 실적에도 K팝 위기론
입력 : 2023-11-05 오전 6:01:0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대중음악의 성과를 물리적 총량 법칙으로만 따진다면, K팝 선도 기업인 하이브(HYBE)는 탄탄대로라 볼 수 있을 겁니다.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같은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들의 활발한 국내외 활동으로 실적이 창사 이래 신기록을 내고 있어서입니다.
 
가장 최근 발표된 하이브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379억원, 72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규모입니다. 이번 3분기 실적은 하이브가 창립 이래 3분기 실적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3분기에는 특히 방탄소년단 멤버 세븐틴, 뷔(V)의 앨범 구매가 특히 높았던 것으로 집계됩니다. 뉴진스의 미니 2집 '겟업'과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등의 월드투어도 실적 상승 효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이브 측은 "장르 확장과 다양한 음악 포트폴리오 구성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는 음반과 음원 매출의 동반 성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수합병(M&A)과 같은 비유기적 성장 방법론은 물론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 프로젝트와 같은 유기적 방법론을 통해서도 지속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뮤직
 
최대 실적에도 K팝 위기론
 
그러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하이브를 비롯 국내 굴지의 대형기획사들은 현재 K팝 위기론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진영 JYP 총괄 프로듀서의 진단대로 "K팝은 강렬한 팬덤 기반의 진입장벽이 큰 시장"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에서 방시혁 의장은 "라이트 팬덤도 많이 붙을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 니치에서 시작해 흥했던 장르들이 일정 팬덤을 못 넘고 없어진 경우가 많다"고 본 것은 이런 지향을 잘 보여줍니다. 
 
음원 스트리밍 시대로 넘어오면서 K팝은 고도로 산업화 돼오고 있습니다. 수백만에서 수천만장씩 팔리는 실물 음반은 이제 더 이상 음악을 듣는 매체로써의 기능이 아닙니다. 포토카드를 모으거나 팬미팅에 가기 위해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장씩 구매하는 일들이 K팝 글로벌 문화 현상의 표준값이 됐습니다. 글로벌 K팝 팬덤의 중복 소비를 부추기는 기획사의 과열 생산과 마케팅 전략, 또 그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사회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한국 대중음악 사상 전례 없는 음반 판매 기록들을 마냥 장밋빛으로만 볼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의 여지가 남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진영 JYP 총괄 프로듀서. 사진=MBC
 
국민 아이돌그룹 god의 대부분의 곡들을 함께 작업한 방시혁 의장과 박진영 프로듀서의 입장에선 상전벽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거짓말', '길' 같은 히트곡들이 음반 판매와 연결되고 세대·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중의 입에서 불리던 시절을 이들은 경험했습니다. 더 이상 대중음악의 성과는 물리적인 총량 법칙으로 우위에 서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수백, 수천만장이 팔린다 해도 '들어본 적도 없다'는 대중들도 넘쳐납니다. 라이트 팬의 존재를 키워야한다는 방 의장의 진단은 그래서 대중성과 직결되며, 현 K팝 성장 둔화의 타개책이 될 수 있는 묘안이 될 것입니다.
 
"하이브 블러드는 지켜야"
 
K팝의 시스템을 해외에 이식해 다국적 걸그룹을 제작하거나, 외국어 가사로만 된 K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방시혁 의장이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블룸버그 주최 '블룸버그 스크린타임'에서 강조한 'K팝의 팝송화' 전략과도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당시 방 의장은 "미국 기반 세계 음악시장에서 더 많은 팬을 얻기 위해선 좀 더 가볍게 팝의 일환으로 K팝이 소비되는 게 필요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외양과 내포, 즉 양쪽에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3일 발표되는 정국의 첫 솔로 앨범 '골든(GOLDEN)' 역시 전곡이 영어 가사입니다. 미국 스타 DJ 겸 프로듀서 디플로가 속한 프로젝트 일렉트로닉 힙합 그룹 '메이저 레이저(Major Lazer)', 영국 팝스타 에드 시런(Ed Sheeran), 그래미상 수상 이력을 가진 음악 프로듀서 겸 작곡가 앤드류 와트(Andrew Watt), 서킷(Cirkut) 등 해외 프로듀서진들도 대거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K팝의 팝송화 전략에 집중하면서도 하이브만의 색깔(하이브 블러드)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글로벌 팝 프로듀서들과의 협업과 하이브 산하 멀티레이블 체제의 분화 속에 기존 BTS 시절처럼 촘촘한 서사의 앨범 기획력이 아쉽다는 지적입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은 영미권의 사회 및 문화와는 정반대의 형태로 다듬어진 산업에서 출발했음을 인식해야한다"며 "특히 최근 중앙 집권적 영미권 팝음악의 흐름 대신 로컬 음악 시장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봤습니다.
 
3일 솔로 앨범 '골든'을 발표한 BTS 정국. 사진=빅히트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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