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자회사 보험대리점(GA)들이 타 GA 소속 설계사에게 고액의 정착지원금을 제안하며 공격적인 영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설계사가 소속을 옮길 경우 소비자에게도 보험을 갈아타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요.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기존 계약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불완전판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AIA생명은 판매자회사(자회사 GA) 'AIA 프리미어 파트너스' 출범을 앞두고 보험설계사 확보에 나섰습니다. 경력직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정착지원금 지급을 제안하고 있는 것인데요. 보험설계사들이 소속을 옮길 경우 이전 회사에서 갖고 있던 보험 계약 수수료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위로금 명목으로 정착지원금을 지급합니다.
GA업계 관계자는 "AIA 프리미어 파트너스가 굿리치 보험설계사에게 최고 연봉의 200% 수준까지 정착지원금 제공을 약속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최대 400명 수준의 보험설계사 인력 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GA업체 간 보험설계사 영입 경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보험사들이 자회사 GA 설립을 가속화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한화생명 판매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의 경우 지난 2021년 4월 출범 당시 설계사 수가 1만9000여명이었으나 올해 초 2만4700여명까지 늘렸습니다. 한화생명은 지난 1월 경력직 설계사에 대해 연봉 40%의 정착지원금을 내걸고 설계사 영입에 나선 바 있습니다.
보험설계사 영입을 위한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은 아닙니다. 다만 경력직 보험설계사을 유치하려는 것은 설계사가 관리하던 고객 유치까지 노리는 것인데요. 승환계약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승환계약이란 보험설계사가 소속을 옮길 때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한 후 새로운보험사의 보험을 가입시키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소비자가 무리하게 보험을 옮기는 과정에서 보험계약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불완전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보험설계사 영업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도 전무합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등 업계 차원에서 과도한 영입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습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협약을 맺기로 했으나 자회사 GA 참여가 저조해 잠정 연기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설계사 수 기준 업계 1위인 한금서 역시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과도한 설계사 영입 경쟁에 개입할 수단이 마땅치 않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율협약 추진에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국이 리크루팅 행위 자체에 대해 대리점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보험업법 위반 사항이 발생할 경우 제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IA생명이 판매자회사 출범을 앞두고 굿리치 등 타 GA 소속 보험설계사에게 높은 정착지원금 제공을 약속하며 리크루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과도한 리크루팅 경쟁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나옵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에서 열린 보험설계사 자격시험 현장.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