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집중호우 대응과 피해 지원에 정부의 모든 인적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하면서 이권·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해 그 돈을 수해 복구비에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이권 카르텔'로 지목한 분야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정부 보조금과 관련된 것은 노동조합(노조) 등 노동단체 지원금 등이 대표적입니다. 해외 순방 중 수해 피해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일자, 그간 국정운영 지지율에 상승효과를 가져다줬던 이른바 '노조 때리기'로 시선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 "보조금 폐지 재원, 수해 복구에 투입"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순방 이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의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권·부패 카르텔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며 "자치단체, 경찰, 소방, 산림청 기관장들은 각 기관 모든 부서의 인적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권·부패 카르텔의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하고 농작물 피해 농가와 산 붕괴 마을 100% 보전에 투입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데에 돈을 쓰려고 긴축재정을 한 것"이라며 "국민 눈물을 닦는 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재정을 쓰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컨트롤타워 부재'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권·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해 그 돈을 수해 복구에 쓰겠다고 밝힌 것은 '노조 때리기'를 통해 시선 돌리기용으로 읽히는데요.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 시 엄정 대응을 시작으로 연일 노조 때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6월에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야 한다"며 노조·시민단체 보조금을 겨냥했으며, 5월에는 건설현장 폭력행위(건폭) 근절 등을 외치며 노조 때리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에 무리수…여권마저 '쓴소리'
수해 복구 예산조차 노조 옥죄기로 접근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는 점을 입증하는데요. 우선 해외 순방 중 수해 피해가 발생하면서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여기에 미호강 등 국가하천의 관리 체계 미흡, 하천 관리 과정에서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 떠넘기기 등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윤석열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여권 내에서조차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쓴소리가 나오는데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권 카르텔은 정치적 용어이고 수해 복구는 절박한 현안으로 이 두 가지를 엮는 것이 첫 번째 오류다"라며 "액수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보조금을 어떻게 산출할지가 불명확한데 그것을 재원으로 하는 것이 두 번째 오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메시지를 내라고 조언한 참모는 면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도 SNS를 통해 "염치가 있다면 수많은 생명들을 잃은 이 참사에 또 카르텔을 들먹이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고작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말에 공감과 배려,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한책임은 보이지 않는다. 사과에 너무나 인색하고 '남 탓'만 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평소 안전과 관련해 최종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냐"며 "그런데 마치 대통령실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한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이권·부패 카르텔 보조금 폐지와 관련해서는 일단 노동단체까지 언급은 안 됐지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단체에는 노동단체까지 포함돼 있긴 하다"며 "(기존에)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그 기금을 다른 데로 전용한다는 것인데, 법률적 규정에 어긋난다. 법령을 개정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전혀 맞지 않은 이야기다. 결국 노조 옥죄기 형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한동인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