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영국계 프랑스 배우 겸 가수 제인 버킨(76)이 16일(현지시간) 별세했습니다. '프렌치 팝 아이콘'이자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한 영국 여성'이며, 에르메스의 대표 가방인 이른바 '버킨백'에 영감을 준 인물입니다.
BFM 방송, 일간 르파리지앵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버킨은 이날 오전 파리 자택에서 숨진 채 간병인에게 발견됐습니다.
프랑스 문화부는 트위터에 버킨의 별세 소식을 알리며 프랑스 거장들과 함께한 작품으로 영원한 프랑스어권의 아이콘으로 남았다고 추모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우리의 언어 중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로 노래한 버킨은 프랑스의 아이콘"이라며 그는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스비다.
194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버킨은 22세 때 프랑스로 건너와 가수, 배우로 활약했습니다. 1960∼1980년대를 풍미한 프랑스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0대 때 영화 '제임스 본드' 시리즈 음악가 존 배리와 결혼·이혼했습니다. 이후 1968년 18살 차이가 나는 프랑스 유명 가수 세르주 갱스부르를 만나면서 이듬해 발매한 ''나는 너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Je T'aime…Moi Non Plus)'로 차트 정상을 밟았습니다. 10년 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동거해온 두사람은 음악적 파트너로도 함께하면서 '예스터데이 예스 어 데이'와 같은 명곡들을 발표했습니다. 1971년에는 딸 샤를로트 갱스부르(52)를 낳았습니다. '프렌치 시크' 대표주자로 유명한 샤를로트 역시 부모를 따라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인 버킨, 세르주 갱스부르. 사진=AP·뉴시스
그러나 두 사람은 오래가지 못하고 이혼했습니다. 버킨은 이후 프랑스 감독 자크 드와이옹과 세 번째 결혼을 했습니다. 드와이옹 사이에서 태어난 딸 루 드와이옹(41) 역시 프랑스에서 유명한 가수이자 패셔니스타입니다.
버킨 역시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도 유명했습니다. 명품 에르메스의 가방 '버킨백'에 영감을 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에르메스 충성 고객에게만 판매하는데 최소 1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제품일 정도로 희소 가치가 높습니다. 1984년 당시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백이 없다는 버킨의 불평을 들은 장 루이 뒤마 에르메스 회장 지시로 제작됐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버킨은 에르메스 백에 쓸 악어를 잔인하게 죽인다는 걸 알고 제작 관행이 국제 규범에 맞을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인권 운동에도 힘썼습니다. 미얀마의 민주화와 아웅산 수지의 석방을 위해 수년간 노력했습니다. 낡은 옷을 입고 인권이 위험한 곳이나 재난 지역을 찾아 봉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과도 인연이 많습니다. 2004·2012·2013년 내한 공연으로 방문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14번째 장편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에 '제인 버킨' 본인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대지진 이후 자선 공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성된 일본인 주축으로 밴드를 결성하는 등 아시아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