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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시스템’의 그늘…부당계약 미정산의 함정
끊이지 않는 가요계 인권 침해…부당 계약·미정산 함정
입력 : 2023-04-28 오후 5:34:0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이후 글로벌 확장세를 넓혀오고 있는 K팝 그 휘황찬란한 빛 뒤편에는기획사가 찍어내는 아이돌 공산품이라는 그늘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현재 케이팝 경쟁력의 근간이 된 셈이지만, 길면 5~6년이 넘는 혹독한 트레이닝을 넘어 지나친 사생활 관리까지 일삼는 시스템의 함정은 가요계 곳곳에 암초처럼 뿌리 박혀 있는 게 현실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그룹 아스트로 소속 문빈(25)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 세계로 긴급히 타전됐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포함한 외신들은 '아이돌 스타의 죽음'이라는 표면 아래 'K팝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지적했습니다. 카라의 구하라와 에프엑스 설리, 샤이니 종현, 백퍼센트 민우 같은 앞선 사례들까지도 재차 조명됐습니다. 아름답고 예쁘장하기만 한 것 같은 K팝 산업의 뒤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른바노예계약이라고 하는 어둡고 그늘진 응달이 존재합니다.
 
이 명맥은 90년대 후반 SM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H.O.T를 필두로 한 1세대 아이돌 그룹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기획사들은 경쟁력 있는상품을 내놓기 위해 연습과 훈련을 거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훈육'이라는 미명 하에 연습생의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열애설까지 관리에 나섭니다. '상품'의 기획과 개발 단계를 거치며, 대부분 10대를 보내는 아이돌의 속은 검게 곪아갑니다. 마약까지 손을 대는가 하면, 우울증에 빠져 결국 극단적 선택까지 이릅니다. 케이팝 아이돌의 인권침해 논란이 하루가 머다하고 나오는 것은 사실 이런 오랜 병폐가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떠난 카라 출신의 구하라와 에프엑스 출신의 설리. 생전 친한 관계였던 두 사람의 사진은 아이돌 사망 소식이 나올 때면 빠지지 않고 온라인 상에 등장한다. 사진=인스타그램
  
K팝 시스템의 곪아 있는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것은 21세기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어떤 분야보다도 창의적이어야 할 문화 산업 이면에선 여전히 병 속에서 제조되는 대부분의 아이돌들은 '컨베이어 시스템'에 실려 기획사가 자본 권력으로 생산해 낸 노래를 부르고, 시키는 안무를 자를 잰듯 맞춰 춥니다. '만들어진' 아이돌과는 다르다며 차별화를 내세운 그룹들도 서서히 나오고 있으나, 100% 주도적으로 작곡, 프로듀싱을 진행하는 아이돌 출신의 음악가는 아직까지 그리 많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향후 K팝의 선진화와 장기적인 흥행을 위해서라도 시스템의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9년 가요계 표준계약서 도입 이후 노예계약 문화가 다소 진정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지인 관계로 움직이는 엔터 시스템 여건 상, 미지급 논란이나 부당 대우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끊이질 않는 문제입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그룹 오메가엑스(OMEGA X)의 멤버들이 가요계의 부당 대우를 폭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소속사 대표로부터 원치 않는 술자리 강요와 신체 접촉, 상습적 폭언을 직접 경험했을 뿐 아니라, K팝을 꿈꾸는 많은 연습생과 현직 아이돌이 폭언과 폭행 등 부당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파장이 일었습니다. 전속계약으로 체결된 관계인 만큼 기업의 내부 폐쇄적인 문화가 결국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불거진 겁니다.
 
데뷔 이래 18년간 소속사로부터 음원 수익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이승기의 문제는 가요계의 미지급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가수 박효신이 3년 간 음원 수익과 전속 계약금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래퍼 슬리피 역시 음원료 뿐 아니라 숙소 제공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습니다. 이달의 소녀 출신인 츄의 경우는 미정산 문제 뿐 아니라 소속사가 주장한 갑질 사태로 팀에서 퇴출되는 사태까지 겪었습니다. 주로 어린 시절 데뷔해 무명에서 스타가 되기까지 소속사를 믿고 의지하면서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세계에서 빵빵 터지는 눈부신 K팝 빛 뒤 가려진 그늘, 글자 그대로의 '멋진 신세계'는 아닙니다.
 
'소속사 대표 폭언 폭행 논란' 보이그룹 오메가엑스가 지난해 연말,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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