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과 적자폭이 개선된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료 수입이 보험금 지급이 많아졌다는 의미입니다. 보험 가입자들은 그만큼 보험금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보험사들이 보험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만큼 보험금 미지급 관련 소비자들의 고충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만년 적자'라 불리는 실손보험이 지난해 적자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들이 낸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의 정도를 나타내는 손해율 지표가 모두 개선된 것인데요.
손해율이 개선된 것은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하면서 지급 규모를 줄였기 때문입니다. 보험사들이 거둬들인 보험료 수익이 늘어난 데 비해 소비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 규모 증가는 크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실손보험료 수익은 전년 대비 1조6000억원(13.3%) 증가한 13조2000억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지급 보험금은 4300억원(3.4%) 늘어난 12조8868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보험금 지급 심사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의료자문 건수와 보험금 부지급 건수가 지난해 크게 증가한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나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전문가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실시했다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보험금을 삭감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5개 손해보험사가 지난해 실시한 의료자문 건수는 총 5만8855건으로 전년(4만2274건) 대비 39.2% 급증했습니다.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4193건으로 전년(1504건) 대비 178% 가량 늘었습니다.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강화하고 의무기록을 요청하는 등 실손보험 심사를 강화하면서 백내장 관련 실손 보험금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 불릴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3년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실손보험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452건) 중 33%(151건)가 백내장 수술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백내장 수술을 모두 입원 치료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도 한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백내장 수술을 하더라도 경과에 따라 입원 치료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게 되면서 지급 보험금이 줄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험사들은 지급 보험금을 줄이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환자들에게 지급하는 본인부담금환급금 제도(본인부담상한제)를 악용하기도 했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을 제외한 본인부담금 총액이 상한 기준을 넘을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초과 금액을 부담하는 제도인데요. 일부 보험사에서 소비자에게 지급할 보험금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금액을 임의로 삭감한 뒤 차액만 지급한 사례가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해 5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3년 간 18건이 접수되다 2021년 25건이 접수되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금 지급 심사가 강화되면서 손해보험 민원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민원은 총 4만8477건으로, 전년(4만383건) 대비 20% 가량 늘었습니다. 특히 실손보험 민원의 증가가 뚜렷했는데요. 손해보험 민원의 57.2%는 실손보험 등 장기보장성 보험으로, 전년 동기(52.0%) 대비 5%p 증가했습니다.
지난 7월 백내장실손보험 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대통령실 인근에서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즉각지급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