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한일 역사의 인식 차이는 근현대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고,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스스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지요."
지난 13일 <뉴스토마토>와 만난 신간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의 저자 홍성화 박사(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수)가 말했습니다. 홍성화 박사는 이 책에서 '일본서기'라는 책을 중심으로 고대부터 한국과 일본의 역사 인식 차이에 대해 주목합니다.
'일본서기'는 고대 때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이 왜국에 조공을 바쳤다고 적혀 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정사(正史)로 8세기에 쓰여진 책입니다. 우리가 배워온 역사의 정반대로 써져 있어 놀라운 측면이 있습니다.
신간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 사진=시여비
"저도 사실 '일본서기'란 책을 처음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사료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들이 있지요. 우리가 왜에 조공을 바쳤다든지, 왜가 한반도 남부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잘못 기술이 돼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근현대 일본의 제국주의와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 한일관계를 왜곡시키는 주 원인인 셈이지요."
홍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사계에서 '일본서기'에 관한 연구는 최근 서서히 진행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우리 역사 기준에서는 '위서(僞書)'라고 보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 그러나 홍 박사는 "고대부터 이어져온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비판적으로 연구를 하기 위해선 '일본서기'의 총체적 구조가 '왜 잘못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이제야 서서히 일본이 세워놨던 논리적 틀을 비판적으로 보는 흐름이 일기 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홍성화 박사는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에서 고대사에 관한 한국과 일본 역사학계 양쪽의 분석틀을 비판하고 새로운 고대사상(像)을 제시하는 연구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일본의 주요 유적지들을 꾸준히 답사하면서 양국의 인식 차이 근원을 찾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실제로 책에는 직접 가서 조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큐슈 북구 지역의 진구 황후에 관한 내용 등이 수록됐습니다.
"일본을 꾸준히 돌아다니다 보니까, 한반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오래됐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1868년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 시기 '정한론'이 나왔다고 하는데, 사실은 정한론의 '한'이 고대 진구왕후의 삼한 정벌에서부터 시작을 하거든요. 고대부터 중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근세와 근대 이야기를 통해서 일본 인식의 틀이 어떻게 시대별로 이어져왔는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신간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의 저자 홍성화 박사(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수)는 지난 30여년 간 일본 유적지를 답사하며 한일 관계를 연구해왔다. 사진=홍성화 박사
책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한일관계의 통사(通史)'입니다. 고구려·백제·신라와 왜국과의 관계를 왜곡하는 고대를 지나면, 여몽(고려와 몽골) 연합군의 중세, 임란 이후 일본에 끌려갔던 피로인들 이야기를 그려낸 근세, 정한론의 사상적 근거와 식민지화를 다루는 근대까지 이어집니다.
"과거사의 문제는 단순하게 해결하지 않고, 종지부를 찍지 않고, 남겨 놓고서 덮어놓고만 간다고 하면 그것은 나중에 또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걸 통해서 또 다른 잘못된 인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됩니다. 오히려 미래의 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죠."
최근에도 일본 정부는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초등학교 11종의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습니다. 특히 교과서 검정 통과는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이후 나와 파장이 큰 상황입니다. 이 책의 의의를 더 깊게 파고 들어가보면, 단순히 왜곡된 인식에 관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오늘날까지 연결되고 있는 지점들로 논의를 이끌어가는 데 있다고도 생각됩니다.
"과거에는 한일 공동 역사연구위원회 같은 조직이 있었지만 제대로 기능을 못한 것이 사실이죠. 양국의 차이만 부각시키는 데 끝날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간극을 좁혀가는 데 이 책이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신간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의 저자 홍성화 박사(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수). 사진=홍성화 교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