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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오르골 구조물 열리면, 레드벨벳 판타지 세계로
입체적으로 '보는 즐거움' 극대화…데뷔 후 첫 유럽 무대 오른다
입력 : 2023-04-03 오후 5:00:0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가로 7.2m, 세로 4.5m 크기의 오르골 구조물이 열릴 때, 시시각각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시간과 공간.
 
암전 뒤 환한 조명이 켜지면, 다섯 갈래 돌출 무대에 5명씩 나란히 서서 태엽 달린 발레 인형처럼 돌아가는 25인의 댄서들('메가 크루').
 
문을 매개로 한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만큼이나, 첨단 기술들을 쌓아올려 만든 공연 예술은 이렇게도 비현실적인 세계와 사계(四季)를 축조할 수 있다는 것.
 
지난 2일 서울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그룹 레드벨벳의 네 번째 단독 콘서트이자 월드투어 '알 투 브이(R to V)'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네 번째 단독 콘서트이자 월드투어 '알 투 브이(R to V)'. 사진=SM엔터테인먼트
 
바흐 'G선상의 아리아'나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샘플링으로 차용하며 가꿔온 클래식의 섬세하고 우아한 미학은 단순 음악에만 박제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풍스러운 오르골 구조물의 미장센을 중심으로, 키네시스 모터 기술을 활용해 유럽풍 봄의 정원이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가 하면, 케이크 모양을 닮은 원형 무빙 무대가 솟아오르며, 입체적으로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 한 공연이었습니다.
 
이번 '알 투 브이' 콘서트는 지난 2019년 11월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3년 5개월 만에 열린 공연이자, 그룹의 첫 유럽 무대가 성사된 투어입니다. 
 
알록달록한 새감의 패션과 영상과 조명, 무대 장치를 아우른 연출의 입체주의는 '아비뇽의 처녀들'과 '게르니카'가 상징처럼 박혀있는 저 대서양 건너 유럽 땅에서도 분명 반응이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네 번째 단독 콘서트이자 월드투어 '알 투 브이(R to V)'. 사진=SM엔터테인먼트
 
공연은 그룹명, '톡톡 튀는' 레드와 '매혹적인' 벨벳이라는 두 축의 콘셉트로 반으로 갈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전반부 벨벳 땐 검정 패션으로 '피카부(Peek-A-Boo)', '배드 보이(Bad Boy)', '사이코(Psycho)'까지 이어가며 관능적인 분위기를, 후반부 레드 땐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부터 '밤볼레오(BAMBOLEO)', 'LP'로 이어가며 무대에 봄이 움텄습니다. 슬기는 "인간 벚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기술과 구성의 연출에도 아쉬웠던 지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밴드 라이브 셋이 아닌 상태여서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멤버들의 보컬을 제외하고는 '음악 자체가 죽어 있었다'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습니다. 지나치게 빽빽하게 음압과 음량, 음향 효과를 때려넣어 녹음시킨 원소스의 컴퓨터 음원을 그대로 틀다보니, 공연장 특유의 청각으로 느껴지는 생기가 없었다고나 할까요. 더군다나 규모가 큰 체조경기장에서, 인기가요나 음악캠프에서 보여주던 방송용 퍼포먼스와 크게 다르지 않게 일관하다보니, 절반의 라이브(보컬)만 살아있던 공연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7000명씩 양일간 1만4000명의 떼창을 끌어낸 '빨간 맛', '러시안 룰렛' 같은 히트곡들, 준비된 음원이 없어 AR을 틀고 급작스레 꾸민 ‘짐살라빔’의 즉흥 요소들의 후반부 퍼레이드가 아쉬움을 다소 중화시켜주긴 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네 번째 단독 콘서트이자 월드투어 '알 투 브이(R to V)'. 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 투어를 안고 유럽 대륙을 횡단하고 세계적인 음악 축제 '프리마베라' 무대에 섭니다. 살아있는 밴드 편곡을 더해 연출의 생기를 청각적으로도 극대화하길 바라봅니다. 
 
귀에 훅훅 감기는 히트곡들의 선율과 일관되게 감싸오고 있는 그룹 특유의 미장센.... 아직까지 레드벨벳은 미국과 유럽에서 트와이스·블랙핑크에 비해 차트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이날 공연을 보면서 아쉬운 부분만 보완되면 분명 해외에서 더 큰 반응을 기대해봐도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날 유독 눈에 띄게 다양한 국적의 여성 팬들이 공연장에 많았습니다. "저스틴 비버나 테일러 스위프트, 칼리 레이 잽슨 같은 팝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미국 텍사스 출신 관객 사만다 제임스는 "레드벨벳 음악은 팝 뿐 아니라 재즈, 힙합, 록 요소들까지 다채로운 장르에 군무와 비주얼 감각이 어우러져 묘한 매력이 있다. 현재는 블랙핑크, 트와이스에 이은 K팝 걸그룹이지만, 히트곡들은 향후 해외 시장에서 더 큰 반응이 분명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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