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전세계약 만료 후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 8000만원 중 7500만원을 돌려받았으나,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체한 계약금 500만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중개사로부터 500만원을 임대인 측에 넘겼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임대인은 계약금 이체내역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는데요.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알고 이미 2년을 거주한 뒤 나가는 과정에서 이같은 분쟁이 발생한 것입니다. 500만원을 포기하거나 소송 밖에 해결책이 없다는 생각에 막막한 상황입니다.
20대 김모 씨는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집주인의 말을 믿고 짐을 다 뺐지만 일부인 1000만원을 못 받았습니다. 전화상으로 집주인은 돈을 넣겠다고 말하지만 송금을 계속 미루고 있어 난감한 입장입니다.
최근 전세 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빌라나 오피스텔 수백 채를 소유한 사람이 숨지면서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못 받게 된 이른바 '빌라왕 사태'는 많은 피해자를 낳았죠. 7000여만원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유서를 써 놓고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범위를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 90%로 조정하는 내용의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전세 사기에 가담한 자를 색출하는 등 칼을 빼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세금 미반환 의사가 명백한 전세 사기 외에도 계약 만료 과정에서 일어나는 임대인과의 분쟁으로 세입자들은 속을 썩고 있습니다. 위 사례처럼 전세금 일부 미반환도 그 중 하나입니다.
돈을 받아내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답답합니다. 집주인과 타협이 안 되면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받아야 하는 금액이 소액일 경우 소송 비용 등을 감안해 지급 요구를 포기하는 세입자도 있습니다.
대리계약 시 위임장 봐야…"확인 절차 중요"
전세 사기를 비롯해 임대차 분쟁을 최소화하고, 소송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계약 전 확인 절차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중개사 등 대리인이 임대차 계약을 진행할 시 위임장을 확인하고, 계약 당사자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또 대리 계약 여부를 계약서에 기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반드시 전세금을 계좌이체하고, 이체내역에 계약금 또는 보증금이라고 명시하는 것도 위험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김래완 법률사무소 인향 대표변호사는 "임대사업자인 경우 관리인이 따로 있어 임대인과 연락이 닿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때 위임장을 근거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계약 해지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강서구 빌라 밀집지역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전세금을 다 받지 않았다면 해당 집에 머물면서 대항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임차인이 대항력을 상실할 시 전세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진다"며 "이사를 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를 통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대차 계약 시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미 전세금 미반환 피해를 입었다면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HUG 관계자는 "보증금 일부 미반환 사례가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에 여럿 접수돼 있다"며 "센터의 변호사, 공인중개사분들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