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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블루스는 왜 한국형 블루스 효시인가
입력 : 2023-03-01 오후 2:04:22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근의 한 지하 음악연습실에서 만난 신촌블루스 엄인호와 강성희. 권익도 기자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국에 대중음악의 공연 문화가 서서히 움트던 1986년. 신촌의 유일한 라이브클럽 레드 제플린에서는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엄인호, 이정선(기타), 한영애, 정서용(보컬) 등이 모여 결성한 신촌블루스. 20대 때 카페와 바에서 DJ를 하고 독학으로 배운 기타 연주를 하며 전국을 떠돌다 신촌에 정착한 풍운아 기타리스트 엄인호는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그때는 신촌 거리 전역이 낭만이었죠, 뭐. 가난한 대학 자취생들이나 연극쟁이, 음악인, 개그맨 같은 문화인들이 연세대 앞부터 쫙 깔린 값싼 술집들에 죽치고 있었으니까." 튀김에 막걸리를 마시다가 노래도 해보고, 그 낭만이 잉태한 게 바로 신촌블루스였다고.
 
당시 엄인호는 이광조, 이정선과 1979년 트리오 앨범 ‘풍선’으로 선 데뷔. 전인권(들국화), 이주호(해바라기), 전유성, 한영애, 김현식(1958∼1990) 등과 어울렸습니다. 이후 블루스가 좋다며 신촌 바닥을 누비다 결성한 팀이 바로 신촌블루스.
 
‘골목길’, ‘아쉬움’, ’78 가을편지’… 이들의 대표곡들에는 세월의 이끼가 끼지 않았습니다. 레트로가 유행인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선율과 화성, 가사... 실제로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가사를 쓴다"는 엄인호는 부산 앞바다에서 한 여성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한 뒤 자취방으로 들어가 저녁에 쓴 세 곡 중 하나가 '아쉬움'이라고 합니다.
 
사운드 녹음 상태는 예스럽지만, 지금 들어봐도 아련하고 먹먹한 감정이 대번에 먼지를 번뜩 하고 일으키며 그 시공의 공기로 소환합니다. 누구나 겪어봤을 그 시절 청춘으로요. 
 
미국 멤피스의 스택스(Stax) 레코드에서 나온 앨범을 달달 외우다보니 미국식 정통 블루스에 가깝게 다가섰고,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부커 티 앤 더 엠지스(Booker T. & The MG's), 알버트 킹(Albert King)은 기타 DNA에 이식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통 블루스 외에도 신중현 등을 연구하며 한국식의 가사들을 짜내는데 골몰했고, '사람의 감정을 품을 수 있는 한글로 된 좋은 가사'에 집중해 토착형 블루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인터뷰 중에도 김수희의 '애모'의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같은 문장은 지금 봐도 얼마나 멋있는지 하며 감탄하더군요.
 
이런 한국형 블루스를 새로운 색감으로 알리기 위해 최근에는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강성희, 제니스, 김상우 같은 젊은 피를 수혈해 새로운 편성을 갖춘 상태. 
 
K팝 아이돌과 트로트가 범람하는 우리 대중음악계의 중간 지점에도 좋은 음악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하더군요. 세월의 이끼가 끼지 않은, 음악들은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편향 현상에 우리의 눈과 귀가 닫혀있을 뿐.... 지금 들어보세요. 마음으로 지은 그 시절의 생생히 살아있는 음악! 신촌블루스의 '아쉬움'.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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