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일대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 치열한 수주전은 점점 사라지고, 단독 입찰로 수의계약까지 가는 '무혈입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리스크가 예상되는 곳은 수주를 꺼리는 분위기도 보이는데요.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은 수주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도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은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올해 건설사들이 마수걸이 수주를 알린 곳도 모두 경쟁 없이 시공사를 결정했는데요. 현대건설은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을, DL이앤씨는 강북5구역 공공재개발, 포스코건설은 방배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을 수주전 없이 따냈습니다.
지난해 한남2구역을 제외하면 굵직한 정비사업장 대부분이 경쟁 입찰 무산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수의계약을 추진했습니다. '준강남'으로 불리는 동작구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은 삼성물산, 부산 재개발 최대어인 우동3구역은 현대건설의 단독 입찰 이후 시공사를 선정했습니다.
서울 중심부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용산구 한남2구역의 경우 대우건설이 롯데건설과의 접전 끝에 최종 시공사로 결정됐습니다.
건설사들이 이전보다 정비사업 수주에 몸을 사리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 선별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수주 계획을 철회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공사비 약 1조원에 달하는 울산 중구 B-04구역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응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두 건설사 모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원자잿값 상승에 자금시장 경색, 미분양 주택 증가로 리스크가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측면에서 향후 수주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조합에서 제시하는 공사비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수주 이후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조합과의 갈등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원베일리'를 시공하는 삼성물산은 특화설계 명목의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공사비 인상 문제로 6개월 동안 공사 중단 사태를 겪었습니다.
건설사들의 신중한 수주 활동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정비사업의 활발한 전개가 예상되는데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기준 완화까지 '3대 대못'이 뽑히면서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은 미적지근한 반응입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수주는 나중에 독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철저히 수익성을 따질 때"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