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일대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진짜 위기는 오지도 않았다. 한 곳이 휘청하면 하도급사, 다른 공종업체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
급격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자금 유동성이 흔들리면서 업계는 극심한 불안감에 떨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의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으로 지난 2014년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평균 14.9%의 증가세를 지속해왔다.
통상 건설사업자는 사업비의 30%를 PF대출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분양대금을 통해 사업을 진행한다. 지난 몇 년간 낮은 금리에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건설사업 여건은 양호했다.
그러나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분양시장 냉각으로 상황은 단번에 뒤집혔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1만7710가구에서 올해 9월 4만1604가구로 크게 늘었다. 집을 지어도 못 팔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채권 시장을 얼어붙게 한 레고랜드 사태로 '돈줄'까지 막혔다. 자금 유동성에 민감한 중견 건설업체는 물론 대형 건설사까지 '돈맥경화' 여파로 인한 경영난 심화에 가슴을 졸이게 됐다.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할 경우 건설사 줄도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국기업평가(KR)가 지난 9월 발표한 '건설사 PF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보면 롯데건설, 태영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우건설 등의 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우발채무는 미래 일정한 조건에 따라 빚이 되는 '불확정 채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이 더 어렵다고 본다"며 "대형사 중에서도 자금 조달이 가능한 극히 일부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금융권 PF대출 잔액 추이. (사진=한국은행)
급속도로 위기감에 휩싸이자 정부도 발빠른 진화에 나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열린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미분양 등 주택공급기반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보증을 추가 공급하겠다"며 "정상 추진 중인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공적 보증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5조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PF 대출 보증 상품'을 신설했다. 보증 지원이 미흡했던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분양가 할인 등 사업자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했다. 또한 기존 PF 대출 보증대상 요건을 완화하고, 전체 보증 규모를 당초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대했다.
건설업계는 정부 지원책에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중소 업체까지 지원의 손길이 미칠진 의문을 보이고 있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신용도가 높은 업체부터 지원 대상이 될 텐데 작은 업체까지 순서가 올지 모르겠다"며 "중소 업체들은 현장 한 곳만 멈춰도 회사가 망할 수 있어 더욱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중소건설사들은 제2 금융권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금리 부담이 더 크다"면서 "버티지 못하면 부도는 한 순간"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중소·중견 건설사를 회원으로 둔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는 정부에 미분양 주택 매입 등을 건의한 상태다. 주건협 관계자는 "미분양 확대 우려는 물론 중소건설사의 신규 사업 PF 중단 등으로 상황이 어렵다"면서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활용한다거나 규제 완화, 세제 감면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몇 년간 감소했던 주택거래는 더 줄었고, 청약시장까지 영향을 받은 데다 공사비 상승 요인이 더해지며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면서 "향후 건설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시 시공사는 물론 전문건설업체의 발주공사 물량 감소로 어려움은 건설산업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