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커머스가 사내기업(CIC)으로 독립한 지 약 두 달 만에 새 대표를 선임했다. 지난 1년간 거듭된 조직개편 끝에 안정을 찾고 카카오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카카오는 지난 19일 이효진 카카오 커머스CIC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양호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카카오 커머스CIC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남궁훈 전 카카오 각자대표가 '서비스 먹통'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날이다.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 커머스CIC 대표도 겸직하고 있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남궁 전 대표의 사임과 관계 없이 이전부터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었다"며 "두 신임 대표가 카카오 커머스 서비스 전반의 이해도가 높고 재무·기술 등 커머스 사업에 필요한 분야를 두루 거쳤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공동대표는 2017년 카카오 경영기획팀장을 거쳐 2019년부터는 카카오커머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이후 카카오커머스가 카카오 본사에서 다시 CIC로 분리된 후 COO를 맡았다. 양 공동대표는 다음, 네이버, SK텔레콤 등 다양한 서비스 개발 경험을 거친 후 2018년부터 카카오커머스 CTO로 개발을 총괄해왔다.
카카오프렌즈 매장 내부 전경. (사진=김진양 기자)
이에 따라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조직개편을 마무리짓고 재도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커머스는 2018년 12월 이커머스 전문 자회사로 분사했지만 약 3년만인 지난해 9월 본사에 재합병됐다. 카카오커머스 대부분의 서비스가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에 내재돼 있기 때문에 두 서비스간 시너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합병 초기에는 CIC 형태로 운영되며 사업 독립성을 보장했지만 올 1월 홍은택 당시 커머스CIC 대표가 그룹 컨트롤타워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부'로 흡수됐다. 이 때 카카오 측은 "CIC 체제에서는 법적, 사업적 시너지를 내는 데 제약이 있어 완전히 합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7개월 만인 지난 8월 커머스 사업부는 다시 커머스CIC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커머스 사업은 계절적으로 혹은 아이템이나 시장 변화 등 트렌드에 따라 급격히 변화한다"며 "회사 조직 내에서 카카오 플랫폼 비즈니스로 적용할 게 아니라 커머스 단독으로 인사나 재무도 조정하자는 결론을 내렸다"는 앞선 설명과 다소 배치되는 이야기를 전했다. 커머스 사업 특성에 최적화된 경영과 조직 운영을 위해 재분사를 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 3월 공식 취임했던 남궁 전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에 커머스 사업이 중요한 캐시카우이자 성장 동력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남궁 전 대표는 지난 2분기 카카오의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카카오 사업의 본질은 광고과 커머스"라고 강조했고,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자신이 론칭한 '메이커스'에 여전히 많은 애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4월 기업가치가 1조원에 이르는 지그재그를 인수했던 것도 커머스의 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머스 사업의 성장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분기 카카오의 톡비즈 매출은 45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대신증권은 이 중 거래형(커머스) 사업 매출을 182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1.9%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역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운 숫자임은 분명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 거래형 사업 매출 증가율은 7.4%로 전년(33.2%) 대비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포털비즈를 제외하고는 가장 저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내년에는 상황이 다소 나아지겠지만 광고나 콘텐츠 등 여타 사업에 비해서는 매출 증가율이 낮을 것으로 봤다.
허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통합거래액 목표는 10조원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선물하기는 배송선물 믹스 확대에 따른 단가상승, 고연령층 유입 외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허 연구원은 직매입 사업 진출을 돌파구로 기대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6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직매입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3월 신설된 '커머스 위원회'에서 사업 방향을 구체화했고 직매입 상품 소싱을 맡을 전문 상품기획자(MD)도 대폭 늘렸다. 경기도 이천 인근에 전용 물류센터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 연구원은 "기존 오픈마켓 모델로는 서비스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며 "직매입은 MD 역량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