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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말로페예프 "내 연주로 러시아-우크라 전쟁 멈췄으면"
인류와 자연 회복 희망하는 '러시아 피아니즘'
입력 : 2022-10-25 오후 3:48:4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피아노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자가 주문'을 거는 것 같았다. 힘껏 내뱉는 코뿔소 같은 호흡이 정적의 고해로 가득한 객석까지 내려왔다. 샛노란 머리를 휘날리며 망치로 내려치듯 피아노를 연주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이미 그 자체로 숨을 쉬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음악의 리듬과 흐름에 따라 호흡을 했을 뿐입니다. 음악이 주는 호흡을 따라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2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이토마토 빌딩에서 열린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22)의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 '에뛰드'를 격렬하게 연주한 뒤 말로페예프가 말을 이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은 난곡"이라며 "그의 협주곡들은 평생에 걸쳐 제가 갈고 닦아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터키와 중국 무대를 거쳐 서서히 완성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이 곡을 아름답게 연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이토마토 빌딩에서 열린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22)의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 사진=토마토클래식
 
말로페예프가 국내에서 첫 협주곡 무대를 갖는다.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두 번째 내한 공연에서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 3번 두 곡을 맡아 연주한다. 라흐마니노프는 수많은 명곡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피아노 협주곡은 그의 진가가 최고조로 발현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피아노의 능력을 극대화한 명곡이자, 피아니스트의 한계를 시험하는 난곡으로도 손꼽히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 2, 3번은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연주되며 사랑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라흐마니노프는 저를 키운 아이돌 같은 분이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틀어주셨는데 그때 이미 사랑에 빠졌던 것 같고 이후 전문 연주자가 됐을 때 그의 작곡 능력과 손, 머리 모든 것들을 존경하고 따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협주곡 1번은 자연의 아름다움, 3번은 사람의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곡으로, 러시아의 철학과 문화가 들어 있는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연일 세계를 달구는 가운데, 인류와 자연의 회복을 희망하는 그의 '러시아 피아니즘'의 울림은 남다르다. 말로페예프 역시 지난 5월부터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반대하는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날 "전쟁에 대해 생각할 때는 마음이 처참하다"며 "제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으로라도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주할 때는 물방울을 상상합니다. 그 물방울 안에서 청중들이 음악을 듣고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의 전쟁이나 현실 고민, 걱정을 벗어나서요."
 
말로페예프는 2014년 13살의 나이에 차이코프스키 영 아티스트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활약을 펼치는 피아니스트라는 점에서 예브게니 키신(52)의 닮은 꼴로 평가된다.
 
"'제 2의 키신'이라는 말은 늘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분의 쇼팽협주곡 음반을 들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아직 아쉽게도 그 곡을 연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저는 시작 단계인데 그분과 닮았다고 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2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이토마토 빌딩에서 열린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22)의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 사진=토마토클래식
 
그네신 음악학교를 졸업, 2019년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 입성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발레리 게르기예프, 리카르도 샤이, 미하일 플레트뇨프, 알론드라 데 라 파라, 크리스티안 예르비 같은 저명한 지휘자와 함께했다. 4년 전, 한국 정명훈과도 협연한 바 있다.
 
"18살 때 정명훈 선생님과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말러의 즉흥연주곡 지휘 영상을 보면서 정말 말러였다고 생각합니다. 조성진, 임윤찬 같은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도 잘 알고 있고 그분들의 연주를 잘 듣고 있습니다."
 
앞서 말로페예프는 지난 9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단독 리사이틀을 펼친 바 있다. 당시 베토벤과 메트너, 스크리아빈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당시 뜨거운 한국 클래식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앙코르곡을 6곡이나 이어갔다.
 
2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이토마토 빌딩에서 열린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22)의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 사진=토마토클래식
 
그는 "한국 청중들은 살면서 만난 청중들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앙코르는 몇곡 할지 정해놓고 올라가지 않는 편인데, 한국 분들의 열정적 환호에 그날을 '밝게 빛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는 오케스트라단이 함께 하는 만큼 "상황을 봐가면서 앙코르 무대를 준비할 것"이라 했다.
 
"지난 번 왔을 때는 시간이 많지 않아 서울 구경을 할 시간이 없었어요. 호텔이나 자동차 창으로 볼 수 있는 서울이 전부였죠. 이번에는 5일간 체류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예정입니다. 서울 야경을 보며 산책도 꼭 해보고 싶고요. 한국 팬분들이 클래식에 열린 마음이었어서, 그렇게 따뜻하게 바라봐 준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이토마토 빌딩에서 열린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22)의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 사진=토마토클래식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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