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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위, 티맵 '콜 공유' 허용…대리운전 갈등 일단락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후 부속사항 합의
입력 : 2022-10-21 오후 4:23:05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1년 넘게 끌어온 대리운전 시장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과 중소대리운전 업체 간 '콜 공유'를 허용하면서다. 모바일 플랫폼 중심의 대기업과 전화콜 중심의 중소업체 모두 100% 만족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니지만 더 이상의 소모전은 불필요하다고 판단, 동반위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동반위는 21일 열린 제72차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에서 지난 5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대리운전업의 부속사항'을 결정했다. 지난 5개월여동안 동반위는 총 5회에 걸친 적합업종 실무위원회 회의를 개최했고,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대기업계(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대리운전협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해관계자들의 종합적인 의견 검토와 적합업종 실무위원회 최종 조정안을 고려해 동반위는 △유선콜 확장자제 기준 △API연동을 통한 콜 공유 △현금성 프로모션 및 매체 광고 등에 대한 최종 조정안을 마련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1일 본회의에서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의 부속 사항을 논의했다. (사진=동반위)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해 5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의 신청으로 시작됐다.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로 대표되는 대기업 자본이 대리운전 중개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중소업체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적합업종 논의가 진행되는 도중 카카오모빌리티가 전화콜 업계 1위 사업자인 1577대리운전을 인수하는 등 기존 대리업계의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대리운전 시장은 여전히 전화콜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기업의 침투가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1년 간의 업계 논의 끝에 동반위는 유선콜 시장에 한정해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권고했다. 동반위는 2025년 5월31일까지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등 대기업의 시장 확대를 제한했다. 현금성 프로모션을 통한 홍보를 자제하라는 등의 조항이 따라붙었다. 신규 대기업이 유선콜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향후 3년간 금지됐다. 
 
이 밖에 대리운전 기사의 처우 개선과 복지 향상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노력하고 합의사항 준수를 위해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권고했다.
 
적합업종 지정으로 업계 내 갈등이 봉합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여전한 잡음이 남았다. 동반위는 현금성 프로모션과 유선콜 중개 프로그램에 관한 세부사항에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적합업종 지정을 우선 의결한 후 부속안은 추후로 미뤄놨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9월1일 SK 본사 앞에서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 철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김진양 기자)
 
부속사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사이 기존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티맵모빌리티가 유선콜 중개 프로그램사 '로지'를 인수하고 콜 공유를 테스트하기 시작하면서 중소 대리업계의 위기감은 보다 커졌다. 
 
이들은 티맵의 모기업인 SK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가 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앞으로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본회의가 열린 이날에도 "API 연동을 통한 콜공유가 대기업에겐 시장 확장 수단이고 소상공인에는 시장 지키기 수단"이라는 호소문을 배포하며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았다. 
 
이날 동반위가 결정한 부속사항에 따르면 2019년 대기업 개별 콜수 기준으로 대기업의 유선콜 시장 확장을 자제한다. 또한 API 연동을 통한 콜공유를 허용하되, 사전에 동의한 업체에 한해 유선콜 업체가 원하는 시점에 연동이 되도록 하는 등 대기업의 준수사항을 명시했다. 현금성 프로모션과 매체광고도 자제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현금성 프로모션은 예외로 뒀다. 아울러 '대리운전산업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조율한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유선콜 공유와 관련해 사실상 티맵 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대리연합회는 만족할 수 없는 결정이지만 동반위의 권고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오랜 시간 평행선을 이어온 논의를 더 진행해도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더 이상의 논쟁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마지막 호소문으로 희망을 걸어봤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동반위 논의 과정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연합회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동반위의 결정은 영세 소상공인들이 일궈온 대리운전 시장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티맵모빌리티 측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을 대명제로 결론을 내린 부속사항을 존중하고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동반위 권고안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향후 시장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중소상공인 및 대리기사를 위한 구체적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부속사항에 '대기업 경쟁 제한, 먼저 진출한 기업의 독점력 공고화, 기업의 경영상 자율권 침해' 관련 사안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다"란 뜻을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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