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데이터센터 전체가 셧다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를 가정하지 않고 대응했던 것이 판단 오류였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셧다운돼도 서비스가 신속히 복구돼 불편없이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19일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서비스 장애에서 사전 대응에 미흡함이 있었음을 이 같이 인정했다. 홍 대표는 "데이터센터는 국가 안전시설이라 할 만큼 중요한 시설로 운영되고 있고, SK 판교 데이터센터도 먼지 하나 안 생기게 철저히 관리되는 곳"이라며 "(이번 사고는) 불운이 겹쳤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데이터센터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을 때 보조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UPS(무정전전원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UPS에 전원을 제공하는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UPS까지 같이 타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화재가 발생한 천장 쪽에 카카오 서버와 연결하는 전선 케이블이 있었는데, 이 역시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복구가 지연된 원인으로는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한 것을 지목했다.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돼 있었고, 재난회복(DR) 시스템도 갖췄지만 서버 배포 자동화시스템 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운영도구가 이중화 안됐다는 것은 아키텍처상 치명적 오류였다"며 "2개월 내에 유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는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향후 구축하는 자체 데이터센터는 방화, 내진, 방재시설을 갖춘 보다 안전한 시설로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4600억원을 투입한 첫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가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내에 내년 중 완공된다. 11만대 규모의 안산 데이터센터는 2024년 1월 개통을 목표로 한다. 서울대 시흥캠퍼스에도 11만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현재 설계 단계에 있으며 2024년 착공을 예정하고 있다.
사고 재발 방지와 함께 카카오는 이용자 보상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SK㈜ C&C 측과 책임 소재를 따지기 앞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보상을 우선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중 별도의 신고채널을 열어 보상 대상과 범위 등을 논의한다. 홍 대표는 "유료서비스에 대해서는 피해를 바로 보상하고 있다"며 "무료서비스는 사례를 받아보고 정책을 세워야 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접수 채널은 최소 2주 이상 열어둘 예정이다. 보상에 소요되는 비용도 보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부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는 17일 공시를 통해 "재무적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공시했는데, 이에 대해 홍 대표는 "(보상으로) 다른 사업을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날 홍 대표는 "현재 목표는 가입자 이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끊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본질에 충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인 서비스 안정성이 흔들렸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무엇을 쇄신해야 할 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서비스 총괄 책임자로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재난대책소위원회를 맡아 이번 사태를 끝까지 수습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카카오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야 할 수도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사회에 공유하는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홍 대표는 "현재로서는 새 대표의 선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남궁 대표가 추진했던 여러 사업들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언급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