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부동산 가격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실거래가 기준 3~4%가량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금리가 더 올라갔으니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 이자 부담은 가계와 기업을 합쳐 약 12조2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지난 12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0%로 종전보다 0.50%포인트 인상한데 따른 주택시장 영향에 대해 이같이 평가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진입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빅스텝(한번에 금리 0.5%p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산정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도 일제히 상향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전날 기준 4.89~7.176%로 이미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17일 코픽스가 발표되면, 이와 연동된 은행 여신금리도 즉각 상승할 전망이다.
문제는 금리인상으로 차주의 이자 상환 부담도 급증한다는 점이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기준금리 인상 폭이 0.50%포인트일 경우 이자 증가액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평균 약 16만4000원 증가하는데 작년 8월 이후 대출자 1인당 연 이자는 164만원씩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과 집값 하락 우려 속에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하방압력도 커진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22% 떨어졌다. 이는 2012년 8월말(-0.22%) 조사 이후 10년1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이다. 여기에는 추가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 하락 우려로 매수세가 감소한 가운데 급매물 위주로 하락거래가 발생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인천과 경기도는 각각 0.38%, 0.30% 떨어지며 수도권(-0.28%)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경신했다. 지방은 0.17% 내려갔고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로 전주(-0.20%)대비 낙폭이 커졌다.
역대 기준금리 추이.표=한국은행)
거래절벽이 심화하면서 미분양도 늘었다.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5012가구로 전월(4563가구)대비 9.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2019년 12월(6202가구) 이래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올해 1월(1325가구)부터 8개월째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의 '청약불패'신화가 빠르게 깨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 그림자가 더욱 짙어진 셈이다.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면서 그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주 확대를 꾀했던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직격탄이 가해졌다. 특히 이미 6%대를 넘어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이달 7%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분양시기를 조율할 필요성도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상으로 거래절벽 현상과 집값 하락 움직임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대출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는 부동산 시장 위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호가 하락 매물도 증가하고 거래절벽 현상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국은행의 ‘주택시장 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보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릴 경우 주택가격이 2년 후 최대 2.8%가량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주택가격 고평가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리상승,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차입여건이 악화하면서 하방압력이 점차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택지표는 역대 최대 속도의 금리 상승과 구매력 하락 등으로 8월 들어 모두 하락전환하며 조정기에 진입했다”면서 “지난 2020년부터 공급이 집중된 곳부터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미분양·입주량·인구 유출입·전세가율 등으로 분석 시 대구·울산·경북·전남 등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