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블루'는 어쩌면 우울한 감정의 색깔이 아니다. 가을 하늘 같은 것, 화창하고 깨끗한.
"네 맞아요. 파란색은 바다와 하늘 같이 신선하죠. 기분을 한껏 북돋는 색이에요. 제가 음악을 만드는 목적은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와 ‘연결’에 있어요."
헤드폰을 쓴 수염 사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잔다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저녁 무대. DJ 조나스 블루(34)가 양손 끝으로 음향기기를 만지작 대자, 가을 바람처럼 살랑이던 수천 관객의 아드레날린이 광속 질주를 시작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잔다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저녁 무대에 오른 영국 런던 출신의 DJ 조나스 블루. 사진=프라이빗커브
블랙 아이드 피스, 리암 페인, 제드….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들의 메가 히트곡들이 하나 둘 그의 제단에 불려 나왔다.
공연에 앞서 미리 서면으로 만난 블루는 '리믹스로 편곡할 때 어떤 부분을 중점에 두는지' 물은 본보 기자 질문에 "특정 곡을 듣고 어떻게 나만의 스타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하는 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의 DJ 세트에 최적화된 음악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공연장의 전체적인 사운드에 맞는 템포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고려해요. 무엇보다 제가 그 원곡에 대해서 얼마나 열정을 느끼는지가 궁극적으로는 가장 중요하죠."
영국 런던 출신의 DJ 조나스 블루.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영국 런던 출신인 블루의 라이브를 듣다보면 음악에도 색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느긋한 템포, 통통 튀는 리듬의 트로피컬 사운드는 원곡보다 멜로디가 부각돼 가을 산들거리는 페스티벌에 제격이다.
"요즘에는 조금 더 빠른 템포의 하우스 음악 비중을 늘리고 있어요. 현재 음악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계속해서 지켜보는 건 중요해요. 현존하는 사람들을 위해 음악을 만든 것이니까요. 하지만 자신만의 사운드를 찾고 그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죠."
2015년부터 DJ를 시작했다. '작업 시 어떤 믹싱 장비를 사용하는지' 본보 기자 물음에 "로직(Logic)과 웨이브스(Waves) 플러그인, UAD 플러그인 같은 장비를 함께 쓴다. 다양한 빈티지 신디사이저와 제네렉(Genelec) 스피커도 즐겨쓰는 제품"이라 소개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잔다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저녁 무대에 오른 영국 런던 출신의 DJ 조나스 블루. 사진=프라이빗커브
여행과 투어를 즐긴다는 그는 "노트북 기능을 집 스튜디오와 완벽하게 호환시켜 세팅해놓고 제네렉 스피커 세트도 들고 다닌다"며 "어디서든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가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간 그의 리믹스를 거쳐간 스타들이 많다. 에드 시런, 저스틴 비버, 엘리 굴딩…. K팝 그룹 중에는 아이즈원이 부른 'Rise'가 큰 인기를 얻었다.
"저는 케이팝의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특히 90년대 알앤비 사운드와 일렉트로닉 댄스 사운드를 혼합한 케이팝이 정말 인상적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재밌고 흥겨워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DJ 소다는 멋진 에너지를 지녔다고 생각해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와도 협업 해보고 싶고 아이즈원과도 다시 한 번 일을 해보고 싶어요. YOUHA (유하)의 목소리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잔다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저녁 무대에 오른 영국 런던 출신의 DJ 조나스 블루. 사진=프라이빗커브
블루가 무대에 서는 순간은 아이러니다. 블루지한 순간은 없다. "저는 멜로딕하고 유쾌한 아티스트입니다. 음악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음악을 한 마디로 ‘긍정적!’ 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블루는 "세계적으로 정말 이상한 시기를 보내고 다시 한국에 온 것이 기쁘다"며 "오랜 만에 온 서울에서 며칠 보낼 예정"고도 했다.
"팬데믹 기간이 제게는 힘들었습니다. 저는 스튜디오에서 사람들과 창의적인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은데, 그건 스크린 너머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한국 팬들 그리고 한국 문화와 다시 이렇게 연결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코리안 바비큐도 정말 좋아하고요. 팬데믹 기간 제대로 된 한국식 바비큐가 정말 그리웠거든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