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물가·환율이 치솟으면서 중앙은행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미국의 고강도 통화긴축이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소극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 탓에 금융시장 불안만 키우고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뒤늦게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p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물가·환율 방어는 못하고 대출이자만 올라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에서 0.5%p 인상하는 빅스텝 단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은이 기존의 점진적 기조 인상에서 빅스텝으로 전환한 이유로는 치솟는 물가가 꼽힌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5.6% 상승했는데, 이는 한은의 목표치인 2%를 두 배나 넘는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까지 2.5%를 유지했지만, 올해 3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7월에는 6.3%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고공행진하며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물가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장중 1442.2원까지 올라 지난 2009년 3월16일 1488.0원 이후 가장 높았다.
더구나 미국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p 이상 벌어지면 물가·환율 상승 압력이 더 커지는 만큼 베이비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10월, 11월 두 차례 금통위에서 잇따라 0.5%p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이미 0.75%p 차로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차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때문에 한은의 한발 늦은 기조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7월에 빅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8월에도 빅스텝을 단행했어야 했다"며 "당시 미국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었는데, 한국만 점진적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그 당시 기준금리를 0.25%p를 인상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베이비스텝 단행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은 오히려 증가했고 국민의 이자 부담과 기업의 경영 고통만 더 커졌다"며 "한은이 좀 더 선제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한은의 책임론은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지난 7일 한은 국감에서 "잭슨홀 연설 이후 미 달러 인덱스가 3% 오르는 동안에 원·달러 환율은 7.7% 뛰었는데, 한국은행의 조치들은 너무 늦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은 기계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가와 자본이동 상황을 보고 결정하므로 어느 수준이면 적당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