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은행(WB)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세계 경제는 아직 '전쟁의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한 지정학적 위기는 물론, 에너지를 포함한 자원, 식량, 공급망 등과 같은 문제들이 세계 경제를 괴롭히고 있고 쉽게 해결 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지나친 인플레이션 대응이 이어진다면 글로벌 경제의 동반 침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7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주요국의 통화긴축 정책에 대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사진=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7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최근 세계 경제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이 이사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세계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전망은 어려워 보인다"며 "글로벌 인플레와 주요국의 고강도 통화 긴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최근의 영국처럼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주요국 경제에도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에 대해서도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실업률 목표 5%를 지킬 수 있는 수준에서 물가 안정 목표 2% 수준을 달성할 때까지 강력한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을 믿을 수밖에 없다"면서 "즉,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전환되려면 미국의 경기 둔화와 실업이 뚜렷해지는 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상당한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인플레는 못 잡고 결국 경기침체 위험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완전히 근거없는 논의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이사는 "현재까지 보여준 제롬 파월 의장의 행보에 대해 이미 시장에서는 1970년대 후반에 발생한 2차 오일쇼크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의 재림이라고 평가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 경기가 1년 내 침체될 확률이 60%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데, 지난 9월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에 나타난 것처럼 올해 연말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4.5% 내외 수준까지 상승하게 되면 인플레 진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기침체 역시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더군다나 인플레의 원인이 글로벌 공급망 경색 등 공급 측면에서의 원인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는 물론이고, 금융시장에도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주요국의 고강도 통화긴축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주요국 모두 통화전쟁을 연상할 정도의 수준으로 고강도 통화긴축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한 국제 교역량 축소, 소비와 투자 등 각국 실물 경기 둔화 등과 같이 회피해야만 하는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재정 불안 등으로 거시경제 안정화에 실패하는 국가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곧 해당 국가의 위기로 발전함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전이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 역시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이사는 "우리 경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경기 둔화 또는 침체에 대한 우려를 단기간 내 불식시키기에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매우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지속되고 있는 '킹달러' 현상 원인으로 "당연히 미국 연준의 매우 공격적인 통화긴축 실행과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때문"이라고 지목하며 "달러화 강세는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과 더불어 꺾일 것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와 반대되는 기대가 시장에 형성돼 있기 때문에 최고의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 선호현상이 강하게 유지되면서 말 그대로 '킹달러' 현상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변동성이 확대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선 "최근 우리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1997년 IMF 외환위기, 2001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와 비교해보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과도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실물경기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통화 및 금융정책이 적절하게 실행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복합 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이사는 통화정책 측면에서 "물가 안정과 국내 금융 불균형 현상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인플레 피크론과 경기침체 우려가 대두되는 만큼 실물경기가 크게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정책 역시 "자영업을 포함한 소상공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사진=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