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백년의 세월, 한 세기가 넘도록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이 있다.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신간 '독립운동 열전 1, 2'에서 "오늘날 독립운동사 저서와 논문 대다수는 독립운동가 개인이나 독립운동 단체를 돋보이게 하려고 긍정적인 측면만을 도드라지게 부각하는 '박제화와 영웅 서사(8쪽)'에 힘써왔다"고 지적하며 “정의에 헌신했으되 잊혀져버린 이름 없는 투사들”(7쪽)에게 눈길을 줘야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세상에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배후를 추적한다. 제1권은 잊혀진 사건을, 2권은 잊혀진 인물에게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행 현금수송대를 습격해 조선 독립군을 무장하려 했던 ‘15만원 사건’의 정보를 제공한 조선은행 사무원 전홍섭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경찰의 체포 작전을 피해 필사적으로 탈출한 사건의 주역 최봉설, 블라디보스토크 애국부인회 회장 채계복, 모스크바 유학까지 다녀온, 비밀결사운동에 참여했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된 후 예방구금(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관헌의 심증만으로 치안유지법 위반의 전력을 가진 사람을 수감할 수 있는 행정처분)에 맞서 무려 105일간 단식투쟁을 감행하고 결국 옥사한 이한빈 등 낯선 독립운동가들의 모습도 살필 수 있다.
항일 무장 투쟁까지는 아니어도 묵묵히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람들도 주목한다. 독립운동가들 뒤편에서 묵묵히 뒷바라지 한 자식들, 남편 없이 홀로 어린 자식들을 키워야 했던 아내들, 자식을 잃은 고통에 애타하던 노부모 등이다. 다나카 일본군 대장을 저격하려 했던 의열단의 ‘황포탄 의거’ 뒤에는 김익상 가족들의 비참한 삶이 있었다. 일제 고문으로 옥사한 박길양 옆에는 일본 경찰에 맞서 당당히 장례 요구 사항도 전달한 부인 김씨가 있었다.
오현주, 김달하, 김대우, 독고전, 김성근 등 한때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변절한 이들의 이름들도 적시했다. 이들을 향해 "역사에 정의는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비판한다.
독립운동 열전 세트. 사진=푸른역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