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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성재, 27년 만에 가족 곁으로…"여전히 꿈 꿔요"
'고 김성재 아바타 기자간담회: Memorial ep.1'
입력 : 2022-09-07 오후 5:40:0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너무 오랜 만이라 어떤 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엄마, 그리고 성욱아. 잘 지냈지? 많이 기다렸어요. 우리 셋, 이렇게 모이는 날을" 
 
90년대를 풍미했던 힙합 듀오 '듀스'의 고(故) 김성재(1972~1995)가 27년 만에 가족과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7일 서울 홍대역 인근 구름다리소극장에서 열린 '고 김성재 아바타 기자간담회: Memorial ep.1'에서는 아바타 기술로 구현된 고인이 육미영 여사(故 김성재 어머니), 김성욱 씨(故 김성재 동생)와 마주 서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은 다양한 우주가 있고, 저도 제 우주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우리 이제 함께 할 수 있겠죠."(아바타로 구현된 고 김성재)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육미영 여사는 고인의 아바타 입에서 "엄마"가 흘러 나올 때마다, 시종 눈시울을 붉혔다.
 
육 여사는 "머릿 속으로만 상상하던 것을 구현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에 감사하다"며 "특히 목소리가 정말 닮아 가슴이 뭉클했다. 하고 싶은 바를 이루지 못하고 갔으니 이렇게라도 꿈을 펼쳤으면 한다"고 했다. 함께 자리한 김성욱 씨도 "'온전한 성재 형은 아니어도 결국 성재 형'인 색다른 기분"이라며 "형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많은 분들의 상상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태어난 것 같다"고 거들었다.
 
7일 서울 마포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故 김성재 기자간담회. 사진=페르소나스페이스와 갤럭시코퍼레이션
 
유가족은 아바타를 제작한 갤럭시코퍼레이션 최용호 CHO(최고 행복 책임자)와 지난 2년 반에 걸쳐 이번 프로젝트에 힘을 모았다. 초기에는 동생 성욱씨가 회피했지만 최 CHO의 진정성 어린 설득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워낙 오래된 영상 자료만 남아있는데다, 그 자료조차 화질과 잡음 등 기술적 문제가 있었기에 제작 과정이 오래 걸렸다고. 
 
최 CHO는 "원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 상상으로 모델링을 더했다. AI로 구동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고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7년이 지났지만 고 김성재는 지금도 MZ 세대 사이에서 '불멸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불과 몇년 전 유튜브에서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이 불 때 가장 많이 회자된 게 '서태지와 아이들'과 고인의 생전 영상이다. 자유분방한 가치관, 트렌디한 패션 감각은 시대를 앞서 갔다고 평가받는다.
 
고인은 어릴 적부터 무역업무를 하던 아버지 영향으로 영국 등 유럽부터 일본, 홍콩 등 세계를 돌며 능통한 외국어 실력과 자유분방한 가치관을 갖췄다. 1993년 1집 타이틀곡 '나를 돌아봐'로 TV 방송에 출연하며 듀스(DEUX)로 본격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가수 이현도와 함께 '나를 돌아봐', '우리는', '떠나버려', '여름안에서' 같은 히트곡을 배출하며 당대를 풍미했다. 이후 1995년 상반기 듀스 해체 뒤 같은 해 하반기 솔로 첫 컴백 방송을 마친 다음날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7일 서울 마포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故 김성재 기자간담회에서 유가족들이 고 김성재 아바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페르소나스페이스와 갤럭시코퍼레이션
 
이날 동생 성욱 씨는 고인의 아바타와 함께 듀스 대표곡 '말하자면'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합동 무대를 통해 형과 경험을 공유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고인이 남긴 음악적 유산이 무엇인 것 같은지' 물은 본보 기자 질문에는 "음악으로 밝은 에너지를 남겨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때 팬분들이 지금은 엄마, 아빠가 돼 아이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것이고, 형의 불가사의한 열정과 밝은 에너지가 전승된다는 것이 제게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부분입니다." 평소 어린이들과 환경 문제 등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고인의 생전 철학을 따 후원 등의 새로운 프로젝트도 이어갈 계획이다.
 
사업적인 부분보다는 사회공헌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도다. 성욱 씨는 "형이 살아 있었다면 나를 한 대 쥐어박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성재 형이 생전 뜻했던 선한 영향력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 CHO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든 가운데,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면 어떨까 싶었다. 유가족분들과 고 김성재님이 서로 약속한 것들, 못다한 것들을 돕는다는 의미로 봐달라"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간담회를 연 것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라는 의도다. 고인 아바타는 오는 10월 3일 방송될 TV조선 '아바드림(AVA DREAM)'에서 첫 무대를 펼친다. 
 
"우리 모두 각자는 하나 하나의 우주에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거죠. 아이들은 특히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어요. 저도 자라면서 힘들 때가 많았지만, 그런 시간들을 잘 견디며 꿈을 지켰고, 아티스트로 성장했었죠. 아이들이 꿈을 이뤄가는 게 힘든 일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지원해주는 것이 제 새로운 꿈입니다."(아바타로 구현된 고 김성재)
 
7일 서울 마포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故 김성재 기자간담회. 사진=페르소나스페이스와 갤럭시코퍼레이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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