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0일 추석 전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과 관련해 "당헌·당규에 비대위 해산 규정이 없는 굉장히 애매한 상황에서 당헌·당규를 보완해 새 비대위를 꾸리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당내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구체적·현실적 제안들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새로운 지도체제, 지도부가 나와서 그때까지 조속히 절차를 밟고 당이 안정화되는 게 급선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26일 서울남부지법은 이준석 대표가 당의 비대위 출범에 반발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판결했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출범을 위해 규정한 '비상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이에 따라 주호영 의원의 비대위원장 직무 또한 본안소송 확정 판결까지 정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27일 긴급 의원총회, 29일 비대위를 열고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새 비대위가 구성될 때까지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로 했다. 아울러 비대위원들은 사퇴 없이 직을 수행, 당헌·당규 개정 등을 통해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모든 절차를 끝내기로 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29일 권성동 비대위원장 직무대행과 8명 비대위원 전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추가로 법원에 제출하고, 주호영 의원은 이에 대한 맞불로 이 대표의 가처분 인용 판결에 대한 이의신청(26일)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29일)까지 제기하면서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집권여당의 결정 하나하나가 법원의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박 대변인조차 비대위원들의 지위와 관련해 "굉장히 복잡하다"며 법적 해석이 분분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시점 이전에 임명이 된 사무총장과 대변인은 유효하다는 해석도 있다"면서도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무효라고 하면 저도 사실은 (대변인이)아닐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준석 대표 측이 주장하는 비대위 출범 전의 상태로의 환원, 즉 최고위로 돌아가는 방안에 관해선 "그게 간단하게 보일 수 있지만 최고위로 돌아가면 상임전국위를 열어서 보궐로 (사퇴한 최고위원을 대체할)몇 분을 선출을 해야 되는데 거기에서 또 다른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최고위원 구성 9명 중 6명)절대 다수를 보궐로 충원했을 경우 과연 그것이 전당대회 취지를 완전히 만족하는 것이냐 하는 논란도 있다"고 했다.
새 비대위를 꾸리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당의 선택의 문제인데 (최고위로)돌아가서 지도부가 세 분(권성동·성일종·김용태)밖에 없는 식물정당으로 있느냐, 아니면 지금 당헌·당규를 고쳐 새 지도부를 새로 만드냐"는 기로에 있다면서 "당의 논란을 가장 빨리 수습해서 정통성을 갖고 있는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전날 이 대표가 권성동 비대위원장 직무대행과 비대위원 전원에 대한 직무 정지를 담은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낸 것에 대해서는 "추가 가처분 신청은 지난주부터 예견돼 있었던 것"이라며 "저희가 지금 비대위원으로서의 법적 권한이나 지위를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니고 당이 안정되는 게 급선무이며 그때까지는 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안철수·서병수·조경태·하태경 의원 등 당내에서도 권 원내대표가 지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고, 모두 당이 빨리 조속히 안정화됐으면 하는 충정에서 하시는 말씀"이라면서도 "그러면 현재로서는 물리적인 시간, 새 원내대표를 뽑으려면 당헌 규정에 3일 전에 공고를 해야 되고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러면 순수하게 주말을 빼면 일주일이 그냥 또 공백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사진=뉴시스)
박 대변인은 권 원내대표의 속내와 관련해 "저도 권 원내대표를 옹호하거나 권 원내대표가 전혀 정치적 책임이 없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떤 걸 우선해야 되느냐라고 봤을 때 저는 빨리 (혼란을)수습해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만드는 게 더 급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에 진행자가 '권 원내대표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그만둘 생각은 있는데 수습 때문에 지금 남아 있는 것이냐'라고 묻자 "저는 순수하게 그렇게 해석하고 싶고,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문제는 또 있다.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해서는 당헌·당규를 다시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법원 판결을 토대로 전국위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이다. 박 대변인은 이에 대해 "난감한 상황인데, 만약 서 의원이 정리 못하시면 이런 혼란 상황이 계속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가 29일 "의장이 전국위를 소집 못하면 부의장이 하면 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그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것밖에 현재로서는 예상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27일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에 대한 추가 윤리위 징계를 촉구한 것에 대해서는 "의총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심지어 그 부분을 표결까지 했었다"며 "다양한 의견 중 하나는 징계를 강하게 청구해야 된다는 것, 또 하나는 이 대표의 추가 징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 일부에서는 이 대표의 추가 징계는 그냥 중앙윤리위에서 판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의원총회 표결 결과, 참석자 86명의 의원 중 과반이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촉구'를 선택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