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전화통화를 갖는다. 미국 의회를 대표하는 하원의장이 방한했음에도 휴가라는 이유로 만나지 않는 것은 외교 결례이자, 한미동맹 기조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급하게 전화통화로 선회했다. 다만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 아울러 우리 측 파트너는 김진표 국회의장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휴가로, 전날 밤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와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은 오늘 오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전화통화할 예정"이라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앞서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서 "펠로시 의장의 파트너는 국회의장"이라며 "대통령은 휴가 중"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의장이 파트너인데 만나시는 것은 적절치 않으신 것 같다"며 "펠로시 의장에 대한 국회의장의 여러 가지 대응이 선제적으로 이뤄지는 게 외교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여름 휴가를 이유로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지만, 하원의장이 미국 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한미동맹 강화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이다. 대통령 유고시 부통령에 이은 권력 승계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대학로의 한 소극장을 찾아 연극을 관람한 사실이 대통령실을 통해 사진과 함께 공개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에 도착했을 때 우리정부 측 관계자가 의전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매우 불쾌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맞붙었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학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냐"며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미국의 상·하원 의원,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방한해도 역대 우리 대통령들은 대부분 이들을 만났다. 격을 따지지 않고 만난 것은 그만큼 한미동맹이 중요했고 이들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더군다나) 미 의회의 대표인 하원의장은 미국 국가의전 서열로는 3위인데, 워싱턴 권력에서는 사실상 2인자다. 그런 중요한 인물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서울에 있는 대통령이 만나지도 않는다? 휴가 중이라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정부와 자주 비교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화도 재조명됐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휴가를 일주일에서 닷새로 줄인 적이 있다. 쿠웨이트 총리의 면담 요청 때문이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귀한 외국 손님을 기다리게 해서야 되겠느냐. 내 휴가를 줄여서라도 만나겠다"며 휴가 일정 조정을 지시한 바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