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유근윤 기자] 국민의힘이 1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당이 비상상황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도체제를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에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데 사실상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결론을 위해 이날 선수별 간담회까지 열었다. 비대위 전환은 지난달 26일 '내부총질' 문자 유출로 당 안팎에서 일파만파 논란이 확산되고 '권성동 책임론'이 불거진 데 따른 후속조치 성격이다. 하지만 진정한 내홍은 이제 시작이다. 의총에서 비대위 전환에는 동의했지만, 비대위 성격과 위원장 선임 등 세부 문제를 놓고는 장외 여론전이 격화됐다.
박형수·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 89명이 참석했는데, 당헌 96조에 의거해 현재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보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 96조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비상상황'은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고 받은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가 국회사진단 카메라에 포착, 외부로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를 가리켜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달라졌다"고 언급, 이 대표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정국은 큰 소용돌이에 빠졌다. 이 대표가 이를 '겉과 속이 다르다'는 양두구육으로 응수하고,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이철규 의원이 이 대표에게 "혹세무민"이라고 반박하면서 '이준석 대 윤핵관' 갈등도 격화됐다. 급기야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20%대로 주저앉고 국민의힘 지지도 역시 민주당에 크게 뒤처지자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사퇴 뜻을 밝혔고, 압박을 이기지 못한 권 원내대표도 직무대행을 내려놓기로 했다.
1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선수별 간담회를 마친 뒤 이동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격랑의 주말이 끝낸 1일, 아침부터 당 안팎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공식 일정을 아무것도 잡지 않고 시간을 비워뒀다. 그러다 오전 9시가 지나면서 긴급하게 최고위를 소집하고 초선·재선·3선 등 선수별 간담회를 개최한 뒤 오후 3시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을 모으겠다고 공지했다. 단, 최고위는 성원이 안 돼 불발됐다. 최고위 구성원 중 당연직인 권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만 참석했을 뿐 사퇴를 피력한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은 물론 사퇴 거부를 명확히 한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도 불참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 각각의 일정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조율을 해보든가 맞출 것"이라며 "원래 최고위 소집은 계획에 없었던 것이었고, 군대 조직처럼 (강제로)움직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진 선수별 간담회에서는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공감대를 형성됐다. 오전 11시 초선 간담회 후 전주혜 의원은 취재진에게 "지도부가 주말에 비대위 전환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고, 저희는 지도부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며 "특별히 이견이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노용호 의원도 "초선 모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어쨌든 방향은 (비대위로)대충 잡혀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재선·3선 간담회 역시 비슷한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의총 모두발언에서 권 원내대표는 "오늘 의원총회 전 초선·재선·3선 이상 의원님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했다"며 "현재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다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현 사태를 비상상황으로 규정, 비대위 전환으로 뜻을 모았으나 갈등의 씨앗은 여전하다. 비대위로 가기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 절차, 비대위원장 선임 등 세부 사항들이 남아서다. 또 현 상태가 비대위를 소집할 비상상황이냐를 놓고도 비윤계와 이준석 대표 측이 이견을 보였다. 이 대표 측 인사로 분류는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며 비대위에도 반대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금요일 최고위에서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를 조속히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비대위는 정치적 명분도, 당헌·당규상 명분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도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로 가기 어려운데, 상식도 없고 공정도 다 필요 없는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다"라면서 "이 대표를 내쫓으려고 하는 거였구나 라는 것이 다 드러났다"라고 비판했다.
한 비윤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헌·당규를 편의대로 해석하고 뜯어고치겠다는, 누군가 '각을 잡고' 이의를 제기하면 한바탕 소용돌이가 시작될 비대위"라며 "배 바닥에 구멍이 나서 바다로 못 나가고 있으면 고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일단 선장부터 바꾸겠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게 집권여당이냐"면서 "최고위 상황을 보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호·유근윤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