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때론 본인의 의지로, 때론 타인에 강요로 자신의 천성, 성격, 성향 등과 상관없는 틀에 갇히게 된다. 그렇게 틀에 갇히게 되면 타인에게 자신을 둘러싼 틀의 이미지만 보여주게 된다. 특히 배우들은 한 번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배우 박해진 역시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다. 배우 박해진하면 대중이 떠올리는 그런 이미지. 박해진은 그런 이미지를 이번 ‘지금부터, 쇼타임’을 통해 깨버렸다.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은 카리스마 마술사와 신통력을 지닌 열혈 순경의 귀신 공조 코믹 수사극이다. 박해진은 극 중 독설이 트레이드 마크인 카리스마 마술사 차차웅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는 마술, 귀신, 전생, 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복합되어 있다. 이에 박해진은 “처음 대본을 볼 때 이걸 드라마 대본이라고 해야할 지, 예능 대본이라고 해야할 지 모를 정도로 신선했다. 구성, 캐릭터 부분에 있어서 신선해서 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해진은 반대로 걱정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는 “복합 장르다 보니 이야기가 산만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차차웅 캐릭터의 감정선도 최대한 단순하게 1차원적인 접근을 하려고 했다.
박해진은 “차차웅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CG, 마술, 액션 해야할 게 많았다. 몸이 힘든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항간에는 차차웅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냐고 이야기 할 정도다. 그럴 정도로 감정이 많이 널이 뛴다. 대본을 보고도 감정 기복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해진은 기존에 연기를 하는 방식으로 앞뒤 장면을 고려해 감정선을 끌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앞에 장면을 생각하다 보면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찍는 장면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기쁘면 더 기쁘게, 짜증내면 더 짜증나게 1차원적인 접근으로 감정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 박해진 인터뷰. (사진=마운틴무브먼트)
박해진은 차차웅을 연기하면서 방귀에 불이 붙는 장면을 찍을 때 너무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는 “현타가 오는 순간이 있었다. 방귀에 불이 붙는 장면이었는데 스태프만 있어도 부끄러웠을 텐데 앞에 보조 출연자들이 잔뜩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것도 없이 불이 붙은 척 하고 원맨쇼를 하는데 찍고 나니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감독이 와서 ‘형 괜찮으시죠’라고 하는데 위로하지 말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과장을 할 거면 더 과장을 했으면 했다. 그런데 CG가 오히려 리얼리티를 강조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방귀에 불이 붙었으면 무대 끝까지 불이 뿜어져 나오고 했다면 더 웃겼겠다 싶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해진이 코믹한 연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준 작품은 ‘꼰대인턴’이다. 박해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꼰대인턴’보다도 좀 더 가벼운 캐릭터를 맡아 코믹 연기를 펼쳤다. 이에 대해 “일부러 망가지는 캐릭터를 찾거나 하지 않는다. 정형화된 캐릭터를 맡다 보니까 코믹한 캐릭터를 맡으면 망가진다는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만들어진 틀을 깨나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전보다 이런 캐릭터를 통해서 대중에게 친근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편해지고 여유가 생긴다”며 “이런 코미디 장르를 했다가도 다음 작품에는 차가운 걸 할 수도 있고 더 망가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 박해진 인터뷰. (사진=마운틴무브먼트)
박해진은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유독 MBTI를 많이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계획하에 움직이는 사람이고 무엇이든 100% 믿지 않는다”며 “기회가 있어서 MBTI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틀에 가두고 싶지 않아서 여러 번 했는데 계속 같은 게 나와 수긍하기로 했다”말했다.
자신의 성향에 대해 “매일매일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고 내일 할 일을 오늘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꼭 펜으로 써야 한다. 내일 뭘 할지, 일주일 뭘 할지 스케줄을 짜고 다람쥐 쳇바퀴처럼 사는 루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하고 그 틀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기할 때는 어디 갇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박해진은 이번 작품이 끝난 뒤 2주간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단다. 그는 “계획도 안 세우고 눈이 떠지면 일어나고 졸리면 잤다. 하지만 목적이 없으니까 내가 숨 쉬는 의미, 왜 살아가야 하는지 모를 만큼 삶이 무료해지더라”고 했다. 이어 “예전처럼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는 건 아니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루틴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이 정한 틀, 그리고 대중이 바라보는 틀을 과감히 깬 박해진은 “인생을 80이라고 보면 중반 정도 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모습, 어떤 배우가 앞으로 될지, 대중에게 기억될지 지금은 정의 내릴 수 없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사람 냄새 나는 배우, 무채색에 가까운 배우로 기억에 남고 싶었다. 어떤 역할에 어울리기보다는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박해진은 이번 작품이 애틋한 첫사랑 같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순수하게 사랑했다. 작품을 하면서 설렜다”고 말했다. 그는 “아쉽게도 드라마가 편성이 치열한 시간대였고 토요일과 일요일 방송 시간대도 달라서 아직도 드라마를 하는지 모르는 분도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중에라도 드라마를 접하면 여러 장르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고 하찮은 박해진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순수하고 지질한 박해진의 모습이 처음일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 박해진 인터뷰. (사진=마운틴무브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