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인수위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드디어 만났다. 50분 간의 회동에서 윤 당선인은 "면목없다", "죄송했다"고 과거 악연에 대해 사과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답 없이 듣기만 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중간중간 웃음도 나왔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나마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이 화해하는 모습을 그렸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취임식 초청을 제안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배우고 있다고 예우를 갖췄다. 보수의 심장이자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와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윤 당선인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머무는 대구 달성의 사저를 찾았다.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냐"며 "박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 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두 사람 간 '구원'을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님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지금 살고 계시는 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특사로 석방된 뒤 병원에서 요양하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에 마련된 사저에 입주했다. 퇴원 이후 대국민 메시지를 냈으나 윤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 등에 대한 축하는 없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4일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자 서일준 인수위 행정실장을 보내 축하난을 전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2016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합류해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이끌어냈다. 적폐청산 수사 공로를 인정받아 문재인정부에서 검찰 기수 관례를 깨고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까지 올랐다. 홍준표 의원은 이를 두고 경선 과정에서 "보수 궤멸에 앞장섰다"며 윤 당선인을 몰아붙였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2013년 국정원 댓글조사 사건 외압을 국회에서 폭로하자 그를 좌천시키는 등 한직을 떠돌게 했다. 기나긴 악연의 시작이었다.
이날 배석했던 윤 당선인 측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두 사람의 회동 내용을 전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굉장히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몸을 낮췄다. 대구·경북(TK)과 보수층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박 전 대통령을 끌어안기 위함으로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 없이 담담하게 윤 당선인의 얘기를 들었다고 유 변호사는 밝혔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굉장히 좋은 정책이나 업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며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일들, 정책에 대해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박 전 대통령께서 제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감사를 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당선되고 처음 뵙는 분이지만 화면에서 많이 봬 아주 오랜 전 만난 사람 같다"며 친근감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허락한다면 다음달 10일 대통령 취임식 때 참석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하면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인수위는 그간 국민통합과 화합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조율했고,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화답함에 따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이 서울로 병원을 다니거나 경호 문제 등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이 "얼굴이 좀 부으신 것 같다"고 걱정하자, 박 전 대통령은 "예전에 테러를 당해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06년 한나라당 대표 당시 신촌 유세 중 커터칼 피습을 당해 60여바늘을 꿰맸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도 봤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했던 분들 찾아뵙고 당시 어떻게 국정을 이끌었는지도 배우고 있다"며 "당선되고 나니까 걱정돼서 잠이 잘 안오더라"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가 무겁고 크다"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