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등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약 3개월만에 다시 열렸다. 재판부는 앞으로의 재판 진행 방법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 재판을 이례적으로 비공개로 진행했다.
‘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재판장 김현순)는 3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공판준비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절차 진행이 방해 받을 우려가 있는 때에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반적이지 않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공판절차 갱신을 어떻게 할 것인지, 향후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비공개로 진행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을 제외한 임 전 차장과 변호인, 방청객들을 모두 내보냈고, 오후 2시부터 약 30분간 검찰 측의 진술을 들었다. 이후 임 전 차장을 법정으로 불러 1시간 가까이 입장을 청취했다.
취재진이 재판이 끝나 퇴정하는 검찰과 임 전 차장에게 “법정에서 어떤 진술이 오갔느냐”, “공판절차 갱신은 어떤 방법으로 하기로 했나” 등 질문했지만 이들은 답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가 재판을 비공개한 만큼 법정에서 한 얘기는 밖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재판은 이미 상당기간 지연됐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지난 2018년 11월 기소됐다. 1심만 3년이 넘게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가 공판절차 갱신을 원칙에 따른다고 결정하면 재판은 더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임 전 차장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달 법원의 정기인사로 구성이 바뀌었는데, 형사소송법상 재판부 구성이 변경되면 공판절차를 갱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판절차 갱신은 검찰과 피고인의 동의를 얻어 증거기록을 제시하는 등 간소하게 진행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미 진행된 법정 증언의 녹음파일을 다시 재생하는 등 앞선 재판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날 임 전 차장의 재판은 지난해 12월14일 126차 공판 이후 약 3개월만에 재개됐다. 임 전 차장은 그간 두 차례에 걸쳐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첫 기피신청은 지난 2019년 6월이었다. 임 전 차장은 사건을 담당한 윤종섭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연루자를 엄단해야 한다”고 발언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10명을 초청해 가진 면담 자리에서 윤 부장판사가 이같이 발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기각과 재항고 과정을 거친 기피신청은 2020년 1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그럼에도 임 전 차장은 지난해 8월 재차 기피신청을 냈고, 이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소송 진행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기각했다. 임 전 차장은 다시 항고했고 서울고법이 서울중앙지법의 기각 결정을 파기환송해, 서울중앙지법은 기피 사유를 다시 살폈다.
그러는 사이 임 전 차장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법관 정기인사에 따라 구성이 바뀌었다. 윤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으로, 우배석 김용신 판사와 좌배석 송인석 판사는 각각 광주지법과 공주지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판부가 바뀌자 임 전 차장은 기존 재판부를 상대로 낸 기피신청을 취하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